[천자칼럼] 자폭 폭로전

‘자폭 전당대회’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다. 이명박·박근혜 후보 측 저격수들이 BBK·정수장학회 등 문제로 고발전을 벌였고 스스로 검찰에 목줄을 잡힌 꼴이 됐다. 의혹들은 상대 당 공격 먹잇감이 됐고, 상당수가 수사로 이어져 두 전직 대통령을 괴롭혔다.

폭로가 자폭 결과를 낳은 사례는 더 있다. ‘친노·친문 적자’로 불리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정치 생명에 치명타가 된 ‘드루킹 사건’은 2018년 1월 추미애 대표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경찰 수사 촉구 등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모독하는 대규모 조직적 댓글 공작이 의심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민주당 당원으로 드러난 구속된 이들이 “보수세력이 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댓글을 조작했다”고 진술했고, 공범으로 지목된 김 전 지사는 특검 수사를 받고 유죄가 확정됐다.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자폭 전대’라는 말이 재등장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과 문자’ 무시 논란이 벌어지더니 한동훈 후보의 공천 사천(私薦) 의혹이 터져 나왔다. 김 여사 문자에 있는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라는 문구로 시비가 붙더니, ‘사설 여론조성팀 운영’,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가 이어졌다.

공소 취소 부탁을 터트린 한 후보는 “신중치 못했다”고 했지만 버스가 떠난 뒤다. 야당은 신났다. 국정농단이라며 수사를 촉구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을 몰아치고 있다. 내부 총질로 야당에 대여 공세의 미끼를 던져주면서 자해한 꼴이다.

정치권만이 아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에서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메모엔 300억원 외에 604억원이 더 적혀 있다.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여기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된다면 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의도와 달리 엉뚱하게 불똥이 튈 조짐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