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의 의심스런 '체코원전 덤핑론', 정치권까지 놀아날라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 컨소시엄이 체코 원전 건설을 수주한 것은 다시 봐도 장한 성과다. 15년 전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4기 수주에 이어 유럽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24조원 규모 ‘원전 수출’에 성공함으로써 K원전의 새로운 도약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국내 일각의 ‘덤핑 수주론’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병행되는 현대 원전 건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 때문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알면서 하는 주장이라면 저의가 의심되는 악의적 깎아내리기다.

원전이나 첨단 무기체계 같은 방위산업은 자금 공여를 병행하는 게 근래의 추세다. 수십조원씩 들어가는 원전 사업은 수요처의 다급한 건설 필요성과 부족한 예산을 고려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동이 시작된 뒤 안정화와 지속적 관리도 건설 프로젝트와 연계되는 큰 비즈니스다. 이번에 체코의 2기 건설로 한 번 ‘깃발’을 꽂으면 이 원전의 운영 사업과 향후 체코의 다른 원전 사업까지 노릴 수 있다.연구개발(R&D)과 제조 등 ‘원전 생태계’ 유지까지 염두에 두면 덤핑론은 더욱 무리다. 지난해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 차원에서 이 분야 강소기업 150개를 육성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2027년까지 투입하겠다는 R&D 예산은 6750억원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원전시장에서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 그 낙수효과는 계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클 것이다. 어떤 분야든 조 단위 사업에 대해 해당 산업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한 덤핑이니 적자 수주니 하는 평가를 쉽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더구나 경쟁자인 프랑스 기업을 따돌린 데는 한국 원전의 기술적·경제적 혁신성에 체코 정부가 주목했을 수 있다.

돋보이는 민관 원팀으로 이룬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수출의 중요성을 거듭 주목하게 된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수출 한국이 흔들리면 산업 기반도, 일자리도, 세수도, 성장도 다 차질을 빚는다. 백번 양보해 이번 건설만으로는 설령 손실이 나도 향후 유지보수 사업을 따고 다른 사업까지 수주해 나가면 메우고도 남는다. 자해 같은 백해무익 덤핑론에 국회와 정치권까지 놀아날까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