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불가" 지적에도 막무가내…野 '전국민 25만원'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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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줄줄이 처리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살포하는 법안을 법안심사소위도 생략한 채 전체회의에 상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인 이 법안(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일사천리로 처리해왔다. 정부가 13조원 이상의 예산을 쓰도록 강제하는 ‘처분적 법률’ 성격이어서 헌법학자들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재명 총선 공약 민생 지원금
카드로 발급 땐 7~8개월 걸려
행안부 "기술적 문제로 불가능"
민주 "돈 주면 다 써" 밀어붙여
노조법도 하루만에 안조위 통과
25일 본회의 처리위해 속전속결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홀로 남아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고 차관은 특히 위헌 논란과 정책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집행상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금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코로나19 당시와 달리 이번처럼 지역사랑상품권을 전 국민에게 일시에 지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그는 “우리 국민 5000만 명 중 4000만 명은 지역사랑상품권을 쓰지 않고 있다”며 “카드형이나 지류상품권으로 받아야 하는데 둘 다 발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전 국민에게 카드로 지급하려면 1초에 한 장씩 신규 발행을 해도 7~8개월이 걸리고, 종이로 발행한다면 2억 장 정도가 배포될 텐데 속칭 ‘상품권깡’이 상당히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막무가내였다. 검사 출신 양부남 의원은 “(기술적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돈을 주면 다 쓴다”고 했고, 경찰 출신인 이상식 의원은 “공무원 사회의 행정 편의주의”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도 “정부가 대안을 만들면 해결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얼버무렸다. 고 차관은 “공무원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능력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결국 이날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고 차관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나 대안 제시는 없었다. 법안이 의결된 후 고 차관은 “안타깝다”고 했다.같은 날 야당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무력화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이다. 21대 국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된 법안에 독소조항이 추가돼 재발의됐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소위를 열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여당이 반발하자 17일 안조위가 구성됐지만, 하루 만인 이날 안조위에서도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채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형동 의원은 “(21대 당시 법안에 비해) 추가된 내용이 많아 제대로 숙지할 기간이 부족했다”며 “민주당 당론으로 정해지면 그대로 국회를 운영하는 국회 무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재영/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