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벤츠서 도주한 뒤 5일만에 자수 "음주 아니었다"

사진=해운대경찰서 제공
사고가 나 뒤집힌 벤츠 차량에서 빠져나와 신고 대신 도주한 40대가 범행 5일 만에 자수했다. 그는 경찰에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해운대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받는 4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A씨는 지난 13일 오전 1시께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구청 어귀삼거리 인근에서 벤츠 차량을 몰다 전봇대를 들이받은 뒤 차량은 뒤집혔음에도 이를 버리고 택시를 타고 현장을 벗어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차량 소유주이자 A씨의 지인을 찾아 A씨의 자수를 설득해왔고 A씨는 지난 17일 오후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다.

A씨는 사고 직후 차량에 휴대전화와 지갑을 두고 도주한 뒤 자택에 귀가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그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며 “평소보다 수면제를 많이 복했고 잠에 취해 사고가 났는데 혹시 처벌받을까 두려워 도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직후 해운대구 한 음식점에서 A씨가 나오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음주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A씨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최근 들어 음주와 관련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에서 무면허 운전하다 도주를 한 40대가 음주 사실을 시인했지만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16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위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 40대 운전자 B씨가 구속됐다. 그러나 B씨는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점심때 소주 4~5시간을 마셨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사고 후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자신의 차량을 버린 채 근처 풀숲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당시 현장에서 음주 운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13시간 40분 만에 B씨를 붙잡아 음주 측정을 시행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0%로 나왔다. 경찰은 채혈을 진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상황으로 여기서도 음주 수치는 0%로 나왔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적용해야 한다.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고려해보았지만, 역추산할 최초 수치가 필요해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은 이번 경우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지난 5월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가수 김호중 씨가 음주운전을 한 후 도주한 후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이와 유사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티즌들은 이른바 '김호중 효과' 대해 "도주하면 처벌을 안 받는다고 매뉴얼이 나왔는데, 안 하면 바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가수 김호중이 정작 음주운전 혐의가 제외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정치권은 '김호중 방지법'을 서두르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호중씨에게 검찰이 끝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것을 납득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며 "늑장 출석, 이른바 '술타기' 등으로 법망을 피해 갈 수 없도록 법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신영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음주운전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다. 특히 의도적인 추가 음주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사법절차를 고의로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술에 취한 상태의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