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에 당하더니 '슈퍼배드'에 뒤통수…체면 구긴 韓 영화 [무비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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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못추는 한국영화, 관객수 '타격여름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이후 '서울의 봄', '파묘', '범죄도시4'가 인공 호흡했던 한국 영화계가 또다시 위기를 맞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애니메이션 인기에 한국 영화 관객수 뚝 ↓
'슈퍼배드4' 변칙 개봉 논란도
19일 기준 극장에 내걸린 한국 영화 누적 관객 수를 모두 더해도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누적 관객 수 777만명)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지난 17일 개봉한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과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슈퍼배드4' 등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가세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지난달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는 1133만 명이었다. 6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46만명으로 2017~2019년 6월 한국 영화 관객 수 평균(702만명 )의 49.3% 수준이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63.3%(596만명) 감소했다.
이달 한국 영화 매출액은 총 327억원으로 2017~2019년 6월 한국 영화 매출액 평균(587억원 )의 55.8% 수준이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65.2%(612억원) 감소했다.
유독 지난달 한국 영화의 부진이 두드러진 이유는 흥행 시리즈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022년과 2023년 6월의 경우 ‘범죄도시2’ 와 ‘범죄도시3’가 5월 중순 이후 개봉해 6월까지 흥행을 이어가며 한국 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2022년 6월에는 역대 최고 한국 영화 매출액, 지난해 6월에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다.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6월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하정우, 여진구 주연의 ‘하이재킹’만이 매출액 100억원 및 관객 수 100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이 작품도 개봉 한 달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168만명에 그쳐 손익분기점(300만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하이재킹'에 이어 개봉된 '핸섬가이즈'는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누적 관객 수 141만 명을 돌파하며 가늘고 긴 흥행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7월 3일 개봉해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이제훈, 구교환 영화 '탈주'도 누적 관객 수 153만 명으로 손익분기점 200만명을 맞추려면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故(고) 이선균·주지훈의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사정은 더 암담하다. 개봉 일주일간 누적 관객 수 45만 명,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 중이다. 이 작품은 순제작비 185억 원으로 올여름 극장가에 걸린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다. 손익분기점은 400만 명을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박' 사라진 여름 극장가, 韓 영화 희망 있나
'인사이드 아웃2'가 박스오피스 2위로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코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명탐정 코난: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이 판을 다시 흔들었다. 이 영화는 지난 18일 개봉 첫날 하루 만에 11만 명이 관람하면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탈주'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이 가운데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또 하나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4'가 주말 20~21일 멀티플렉스 3사를 중심으로 유료 시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주말 박스오피스는 혼전이 예상된다. 심지어 해당 유료 시사회는 규모가 상영관 좌석 수 기준으로 60만석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변칙 개봉이라는 비판받고 있다.대규모 유료 시사회는 개봉 초기 관객 수를 단기간에 올리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범죄도시3'도 개봉 전 50만 명에 가까운 좌석을 유료 시사회에 배당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화산업 위기 극복 영화인연대는 "극장 80만석의 규모로 유료시사회를 빙자한 변칙 개봉"이라며 "현재 개봉 중인 영화와 금주 개봉이 예정된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축소, 박탈하여 배급사, 제작사 및 작품에 참여한 수많은 창작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 행위"라며 해당 행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실 올해 여름 성수기에 걸린 영화들은 대부분 평가가 후한 편이었다. 흥행을 기대하던 작품들은 안타깝게 신드롬급 인기를 끌지 못하고 근근이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200억이 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서울의 봄' 이후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제작비 100억 원 미만으로 체급을 가볍게 했고 2시간을 훌쩍 넘기던 러닝타임도 100분 내외로 짧아졌다.
1000만을 넘는 대박 흥행 작품은 없었으나, 입소문을 중심으로 관객의 선택을 받는 영화들이 생명력을 이어가면서 '희망이 없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OTT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화를 소비하는 패턴이 달라져 이제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구분이 사라졌다"면서도 "하지만 여름 시장은 아직도 매력적이라 '파묘'와 같이 관객에게 영화적 경험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