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장동 될라"…與 전당대회에 쏟아지는 우려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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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 與 전당대회…끝까지 폭로전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만 벌이다 끝날 조짐이다. 비전 경쟁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고, 당 대표 후보들 간 폭로전만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 가운데 이런 폭로는 전당대회 이후 소멸하는 게 아니라, 당 대표 선출 후에도 유효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벌써 야권에서는 사법기관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차기 대표 선출도 전에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당의 '자폭'에 야당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댓글팀 의혹'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여진
칼 가는 野 "수사해야"…공수처 고발도
이명박 '다스'부터 박근혜 '국정농단'
이재명 대장동까지 모두 당내서 시작
"제2, 제3의 대장동 될라"
차기 당 대표 사법리스크 우려 커져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온 후보에 대한 폭로 가운데, 야권이 칼을 갈고 있는 사안은 먼저 한동훈 후보의 '댓글 팀' 운영 의혹이다. 친윤(친윤석열)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제기한 이 의혹은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그의 온라인 여론을 우호적으로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는 내용이다. 한 후보는 법적 조치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경쟁 주자인 원희룡 후보는 "사실이라면 (드루킹 사건) 김경수 지사처럼 징역 2년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 논란을 키웠다.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한 후보에 대한 치명적인 폭로가 나오자, 야권은 즉각 사법기관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한 후보의 댓글 팀 의혹을 겨냥해 "불법 댓글 팀이 운영된 게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국정농단이자 국기문란, 중대범죄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하며 만약 수사기관이 의지가 없다면 특검으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조국혁신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을 추후 다루는 과정에서 댓글 팀 의혹도 추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한 조국혁신당도 민주당의 보조에 맞춰 한 후보의 댓글 팀 의혹을 특검 대상에 추가한다고 알렸다. 이어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7일 고위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 또는 특검 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한 후보의 댓글 팀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세행은 "피고발인 한동훈은 자신의 개인적인 정치적 야망의 실현 및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의 직무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댓글 팀을 운영하고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하게 함으로써 위계에 의한 방법으로 언론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폭로 중 야권이 노리는 두 번째 사안은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 논란이다. 한 후보가 폭로한 이 논란은 나 후보가 과거 법무부 장관이던 한 후보에게 자신이 재판받고 있는 국회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공소 취소를 요청했었으나, 한 후보가 이를 거부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나 후보의 기소 배경이 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는 "정의로운 투쟁"이었다는 당 주류 반발에 한 후보가 결국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권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분위기다.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반드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단순히 법 위반을 넘어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불법 청탁"이라고 했다. 조국 의원은 지난 18일 "만일 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당 의원이 나에게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냐"면서 나 후보와 한 후보 등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여권에서는 이처럼 전당대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차기 당 대표 후보들의 사법 리스크가 기정사실화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뒤흔든 사건은 대부분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왔다.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후보가 제기한 이명박 후보의 '다스' 차명 소유 및 도곡동 땅 의혹은 결국 징역 17년형이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향해 제기했던 최태민 목사와의 친분설은 최 목사의 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이 돼 탄핵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사법 리스크'라는 꼬리표를 달게 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역시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당내 경선 당시 이낙연 후보 측 폭로로 시작됐다. 친이낙연계 인사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자신이 대장동 의혹의 최초 제보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자폭에 야당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온 폭로들이 제2, 제3의 대장동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