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돈' 굴려봐라"…자녀들 '주식계좌' 파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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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면 나만 손해?"젊은 주린이(초보 주식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30대와 10대 미만 투자자의 계좌 개설 수가 크게 늘었다. 부모가 주식에 입문하면서 자녀 계좌를 개설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너도나도 주식계좌 팠다
한국경제신문이 21일 국내 증권 3사(미래에셋증권·KB증권·NH투자증권)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0대가 가장 많이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 이들의 상반기 신규 계좌 개설은 전년 대비 73% 증가해 1위(24만5099개)를 기록했다. 이어 10대 미만이 46% 늘어 2위(5만8543개)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 40대와 50대가 42%, 60대 이상과 10대는 각각 38%, 35%로 집계됐다. 증권 3사 대체적으로 2030대의 주식 계좌 수가 많이 늘었다. 경제 활동을 새로 시작하거나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세대가 새롭게 계좌를 만든 것이다.증권사 별로 20대가 미래·KB증권에서 신규 개설수 1위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30대가 많았다. 계좌 개설 수는 적지만 증감폭으로는 미래에셋증권의 10대 미만 고객의 계좌 개설이 2배가까이 늘어나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주식 잔고는 30조원을 돌파해 업계 1위 수준이다. 최근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해외 주식 열풍으로 부모가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해 자녀들의 계좌 개설해준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해외주식 매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했다”며 “여기에 온라인 비대면 자녀 계좌개설이 가능해진 점도 영유아 계좌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목돈’을 굴려보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재테크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지난달 말 7374만9563개다. 올해 1월 말 사상 처음으로 7000만개를 돌파한 이후 매월 증가세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10만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 있으면서 최근 6개월 동안 거래에 한 번 이상 쓰인 계좌를 의미한다. 거래가 없는 계좌는 제외한 수치라 실제 투자자 수를 가늠하는 지표로도 쓰이기도 한다.강남 지역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유튜브와 텔레그램을 통한 주식 정보 확산이 빠르게 이뤄졌다”며 “과거에 비해 국내외 시장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주식부터 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권 상품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