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목소리 커지는 '잭슨주의'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총격으로 가벼운 부상만 입었지만 용기 있게 대응한 트럼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트럼프 방식도 1828년 앤드루 잭슨(미국 7대 대통령) 정치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잭슨주의자’들은 대기업에 회의적이고, 정치 및 사회 기득권을 싫어하며, 복잡한 문제의 ‘상식적인’ 해결책을 요구한다. 또한 이들은 정치 계급이 개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부패했다고 생각한다. 외교 정책에선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전파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는 한 잭슨주의자들은 외교 문제에 거의 관심이 없다. 다만 미국이 공격받으면 모든 조치는 정당하다고 믿는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끊임없는 전쟁은 정당하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지지하고, 미국도 같은 강도로 테러에 대응해야 한다고 믿는다.

민주당에 위험한 '잭슨주의 미국'

민주당 입장에서 ‘잭슨주의 미국’은 위험하다. 잭슨주의자의 엘리트에 대한 증오와 정치에 대한 경멸이 민주당 정책을 반대하는 강력한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잭슨주의자들은 강력한 지도자를 좋아한다. 잭슨주의자들은 대부분 정치인에게 깊은 회의감을 가지고 있고, 잭슨주의자의 믿음과 충성심은 한 번 생기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또한 잭슨주의 지도자들은 정책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고, 지지층은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 토요일 버틀러 총격 사건은 미국을 더욱 잭슨주의적으로 만들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잭슨주의 미국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암살 시도는 잭슨주의 미국이 포위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먹을 휘두르는 도전과 결단력은 그의 개인적인 용기에 대한 의심을 잠재웠다. 트럼프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공격은 추종자들 사이에서 그의 입지를 강화했고, 엘리트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길 뿐이다. 잭슨주의 미국이 될수록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통치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트럼프 영향력 더 커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잭슨주의 불을 끄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토요일 버틀러 사건 이전에도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바이드노믹스는 동맹에 중점을 둔 외교 정책이 세계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 것이고, 미국 가정에선 더 번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대선후보 TV 토론 전부터 실패로 돌아갔다. 바이드노믹스는 원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높은 물가상승률과 이런 물가를 누르기 위한 고금리 정책은 유권자를 분노하게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에 맞은 사건은 유권자들에게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버틀러 사건은 바이든 전략의 또 다른 문제를 드러냈다. 트럼프를 히틀러와 비교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이게 하는 게 당초 민주당의 핵심 전략이었다. 하지만 버틀러 사건 이후 민주당의 반(反)트럼프 수사는 바이든 정부가 정치적 야망을 위해 무책임하게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은 것처럼 보이게 했고,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버틀러 총격 사건 이후 미국은 더욱 잭슨주의적 국가가 됐다. 잭슨의 그림자는 어느 때보다 커졌고, 트럼프는 그의 확실한 후계자로 우뚝 섰다.

원제 ‘America’s Jacksonian 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