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헝가리 의장행사 '보이콧' 두고 분열 조짐

오르반 총리 러시아 방문에 의장 주재 행사 불참 주장
유럽연합(EU) 하반기 순회의장국인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대응책으로 거론된 '보이콧'을 두고 회원국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U 고위 당국자는 19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내달 28∼29일 헝가리 주최로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비공식(informal) EU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보렐 고위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오는 22일 열리는 (공식) 외교장관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헝가리가 준비 중인 내달 말 비공식 외교장관회의는 6개월 임기의 순회의장국이 관례로 여는 행사다. 반세기 전 처음 개최된 장소인 독일의 고성 이름에 따라 '귐니히(Gymnich) 회의'라고도 불린다.

EU 27개국을 대표하는 조직인 이사회 주최로 벨기에 브뤼셀이나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공식 외교장관회의'와는 별개다.

앞서 지난 15일 폴리티코는 복수 EU 소식통을 인용해 보렐 고위대표가 헝가리 주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같은 날 외교장관회의를 별도 소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EU 당국자 설명으론 최근 EU 지도부 주도의 보이콧 계획이 잇달아 공론화된 이후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일단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키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난 17일 슬로바키아의 EU 대표단에 헝가리를 '응징'하려는 어떤 제안에도 동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EU 전문매체 유락티브가 보도했다.

피초 총리는 오르반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한 지난 5일에는 "건강이 허락했다면 오르반 총리와 함께 갔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연립정부도 보이콧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현지 매체 NOS방송에 내주 헝가리에서 예정된 비공식 법무장관회의에는 자국 법무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연정은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주도하고 있는데 PVV는 유럽의회에서 오르반 총리 주도로 결성된 정치그룹(교섭단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PfE)의 일원이다.

오르반 총리는 이달 1일 헝가리가 의장국을 맡자마자 '평화 임무'를 자임하며 우크라이나, 러시아, 중국을 잇달아 방문했다.

EU 조약상 의장국은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할 권한이 없지만 EU 다수 회원국들은 오르반 총리가 '의장국 명함'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일부 회원국은 자체적으로 헝가리가 주최하는 분야별 장관급 회의에 대한 보이콧에 나섰다.

지난 9일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비공식 에너지장관회의에도 일부 회원국 장관들이 불참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아예 공식적으로 헝가리가 주최하는 모든 분야별 비공식 장관급 회의에 국무위원 격인 집행위원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순회의장국이 바뀔 때마다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집행위원단의 의장국 방문도 아예 취소했다. 현재까지 키프로스,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라트비아, 폴란드, 스웨덴, 리투아니아 등 최소 8개국이 공개적으로 헝가리 의장행사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