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 후 열린 美공화 전당대회 종교 색채 두드러져

여러 연사, 트럼프 암살 모면에 "신의 계획·개입" 언급
"민주당에서는 '종교-정치 혼합 우려' 목소리도 제기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 직후인 지난 15∼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는 과거에 비해 특별히 종교적 색채가 강했다고 밀워키 현지신문 '저널 센티널'이 19일 보도했다.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이 상당수인 공화당의 전당대회에서는 과거에도 종교적 발언들이 나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생사의 기로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 열린 이번 전대에서는 특히 빈번했고, 총격 사건을 둘러싼 언급에서 이런 경향이 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당대회 본행사와 부대 행사에서 연사들은 자주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코리 밀스 연방하원 의원(공화당·플로리다)은 17일 위스콘신주 대의원들 앞에서 "성경 에베소서 6장 11절을 읽어보라"며 "당신은 그(트럼프)가 왜 살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에베소서 6장 11절은 '마귀의 간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는 구절이다.

밀스 의원은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구한 것은 하나님의 개입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로,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인 라라 트럼프는 16일 연설에서 '악인은 쫓아오는 자가 없어도 도망하나 의인은 사자 같이 담대하니라'라는 잠언 28장 1절을 인용하면서 "트럼프는 사자"라고 말했다. 또 새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주 주지사는 전대 이틀째인 16일 "하나님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암살자로부터 구했다"며 "왜냐하면 하나님이 그를 통해 할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선 승리를 역설했다.

또한 일부는 "하나님의 손"이 "특별한 이유"를 위해 트럼프를 구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피격 다음날인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은 것은 오직 하나님"이라고 적었고, 18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피격 직후) 하나님이 내 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측에서는 종교와 정치의 혼합을 경계하는 시선도 존재한다고 저널 센티널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대 본부 부책임자인 쿠엔틴 풀크스는 트럼프 암살미수 사건과 관련한 '신의 개입' 주장을 하는 사람을 비판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신이 많은 사람을 해치는 분열적인 행동을 계속 강화하도록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