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로그라이크·루트슈터·익스트랙션…'탈 MMORPG'하는 K게임

경쟁형 모바일 MMORPG(다중 접속 온라인 역할게임)에 편중돼있던 국내 게임업계가 잘 시도하지 않던 분야에 차례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작을 표방하며 출시된 MMORPG 대부분이 장기 흥행에 실패한 데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까지 강화되며 게임사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신규 장르 발굴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 로그라이크, 한국서도 대세 장르 떠오르나
눈에 띄는 모습 중 하나는 로그라이크(Rogue-like)라는 장르명의 대중화다.

로그라이크는 1980년에 나온 초창기 역할수행게임(RPG) '로그'(Rogue)에서 파생된 일련의 게임 장르를 일컫는 말이다.

매번 무작위로 바뀌는 스테이지, 게임 오버 시 세이브 파일이 삭제되는 '영구적 죽음'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로그라이크의 일부 요소만 차용한 게임은 로그라이트(-lite)라는 명칭으로 따로 부르기도 한다.

로그라이크는 중소 개발사나 인디 게임사가 주로 도전하던 분야였으나, 최근에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로그라이크 또는 로그라이트를 표방한 게임을 만들고 있다.

국내 게임사 슈퍼크리에이티브가 제작하고 스마일게이트가 퍼블리싱 예정인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차기작으로 제작 중인 '발할라 서바이벌' 등이 대표적인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넵튠도 슈팅 로그라이크 게임 '슬립 스트림'을 최근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얼리 액세스로 출시했고,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 게임쇼 '게임스컴 2024'에 '로스트 아이돌론스'와 '섹션13'을 출품하면서 '로그라이크' 요소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슈팅과 RPG의 결합 루트슈터…넥슨 '퍼스트 디센던트' 글로벌 흥행
총으로 적을 쏴서 물리치는 슈팅 게임의 플레이 방식과 RPG의 캐릭터 성장·아이템 수집 요소를 결합한 루트슈터(Loot Shooter) 게임도 떠오르는 대세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이 이달 2일 PC 및 콘솔 플랫폼으로 정식 출시한 '퍼스트 디센던트'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정교한 캐릭터 디자인과 높은 그래픽이 호평받으며 출시 후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 역대 넥슨 게임 중 최고치인 동시 접속자 수 26만4천860명을 기록했다.

출시 보름가량이 지난 현재도 동시 접속자 수가 9만∼14만 명가량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며 국내와 해외 시장 양쪽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랫동안 화투·포커 등 웹보드 게임 전문 개발사로 알려진 NHN도 모바일 기반 루트슈터 '다키스트 데이즈'를 개발 중이다.

다키스트 데이즈는 좀비가 창궐한 미국 사막지역을 배경으로 다른 이용자와 협동·경쟁해 괴물들을 물리치고 자원을 수집하는 게임이다.

제작진은 오는 25일 2차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서 다키스트 데이즈로 슈팅·좀비 게임 선호도가 높은 북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도 작년 11월 국내 게임쇼 지스타에서 SF 배경의 슈팅 게임 'LLL'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가 LLL을 직접 '루트 슈터'로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제작진이 SF·슈팅·MMORPG·오픈 월드의 조합을 강조한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루트 슈터와 유사한 게임성을 보여줄 전망이다.
◇ '고위험=고수익의 스릴' 익스트랙션 장르 대격돌
러시아 게임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 성공을 계기로 차세대 게임 장르로 떠오르고 있는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도 국내 게임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익스트랙션 게임은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혼자 또는 팀을 이뤄 특정한 구역에 들어가 인공지능(AI) 적 또는 다른 이용자와 경쟁하면서 값진 아이템을 가지고 탈출하는 것이 골자다.

획득한 아이템은 판매해 다른 값진 아이템과 교환하거나 다음 플레이에도 가져갈 수 있지만, 플레이 도중에 죽으면 거의 모든 아이템을 잃는 '고위험 고수익'의 게임 시스템이 특징이다.

원래는 슈팅 게임에 한정된 장르였지만, 넥슨과 저작권 분쟁 중인 국내 게임사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는 익스트랙션 게임의 무대를 중세 판타지풍의 던전으로 옮겨와 해외에서 호평받았다.

크래프톤도 아이언메이스와 '다크 앤 다커' 판권 계약을 맺고 모바일 버전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을 개발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다음 달 1일부터 11일까지 처음으로 국내를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다크 앤 다커 모바일'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이밖에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IP) 기반 익스트랙션 슈팅 게임 '프로젝트 블랙 버짓'도 개발 중이다.

넥슨도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한 생존 액션 게임 '낙원'을 차기작으로 개발하고 있고, 해외 자회사 엠바크스튜디오도 '아크 레이더스'를 만들고 있다. 하이브IM도 액션스퀘어가 개발한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 '던전 스토커즈'를 올해 게임스컴에 출품해 해외 이용자들에게 홍보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