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부역자로 몰린 모녀 유족, 국가상대 손배소 승소

법원 "직접 증거 없지만, 보도연맹 희생 신빙성 커"
광주지법 민사12단독 이상훈 부장판사는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부역자로 몰려 희생당한 A씨의 유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족들에게 상속 지분에 따라 400여만~1억700여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남편이 부역자로 몰린 아내 A씨는 자신의 둘째 딸과 함께 1951년 2월 13일 전남 영광군 홍농면의 한 마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3년 A씨 모녀에 대해 '영광군 보도연맹 관련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손해배상 재판에서는 제적 등본상 A씨의 사망일이 실제 사망일보다 한참 후로 기재돼 있고, 함께 사망한 둘째 딸이 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재판부는 "사망일이 다르게 기재된 것은 A씨가 부역 혐의자로 살해된 사실 알려지면 유족이 핍박받을 우려가 있어 뒤늦게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함께 사망한 둘째 딸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적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건의 특수성에 비춰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건이지만, 증언한 참고인의 진술이 진실규명 결정과 다르지 않아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사상범 전향을 명목으로 결성된 관변 단체로, 좌익 경력자뿐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와 일반 국민도 상당수 가입했으나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경은 이들을 예비검속(범죄 개연성이 있는 인물을 미리 체포) 한 뒤 전국에서 집단 사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