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여행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이 주는 의미

큰 딸이 연말까지 너무나 바빠 이른 휴가를 즐기겠다고 3일의 강원도 여행을 추진한다. 지난 달 급하게 날짜를 정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여러 개인 일정을 뒤로 하고 떠나기 전, 시집간 딸에게 뭐하냐 물으니 합류하겠다고 한다. 33개월 손녀가 부담되었지만 오랜만에 평일 가족 여행이 시작되었다.길 막히는 것이 싫어 아침 일찍 숙소가 있는 고성을 향했다. 출발할 때 비가 내렸으나, 고성은 약간 흐린 날씨였다. 11시 조금 전, 아야진 해수욕장에서 평소 보다 높은 파도와 즐거운 시간을 갖고 항상 들리는 횟집을 찾아 갔다. 30년 가까이 매년 방문하니, 횟집 주인과 서로 알며 인사말을 주고 받는다. 회를 잘 먹지 못하던 어린 꼬마였던 딸들이 그 나이 또래의 딸을 데리고 오니 주인 부부는 손녀가 먹을만한 음식을 준비해 준다. 여행은 정이다.

속초 시장에 갔다. 평일이라 한적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붐비는 가게는 줄이 서있다. 시장 입구의 술빵 가게, 만석 닭 강정에서 잠시 머물고 항상 들리는 젓갈과 건어물 가게에 갔다. 이 집의 젓갈은 정말 맛있다. 젓갈 세 종류와 오징어를 사고 속초시장 한 바퀴를 돌아본다. 손녀는 안겨 잠시도 내려오지 않고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살핀다. 시장은 항상 활력이 있다. 여행은 살아 있음을 보는 즐거움이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정리한다. 손녀는 숙소에 있는 수영장에 가자고 한다. 바다에서 1시간 넘게 뛰어 놀았는데, 아직 힘이 남는가 보다. 밖에 나가 저녁식사를 할 것인가? 숙소에서 가볍게 먹을 것인가? 아내를 바라본다. 아내는 석양을 보며 조금 우아한 저녁을 원한다. 손녀가 있는 상황에서 한 사람만 고생하면 다른 사람은 우아할 수 있다. 밥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손녀는 할아버지와 바다에서 놀겠다고 한다. 모녀에게 즐겁고 우아한 시간을 가지라고 하고 백사장으로 향했다. 파도를 따라갔다 도망치는 게임을 하다가 모래성을 쌓는 등 손녀와 함께 한다. 손녀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여행은 추억이다.여행을 하며 고려하는 점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고 한다. 젊은이들의 인생 버킷리스트에는 모두 여행이 포함되어 있다. 아내도 1년에 한번은 떠나고 싶다고 한다. 왜 여행을 하고 싶은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생각이나 행동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변화의 시도인가? 자연을 벗 삼아 즐기고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함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그냥 떠나고 싶음인가?

30대 직장인 시절, 1년에 10차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심의 해외 출장을 다녔다.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의 출장을 다니며 단 한번도 여행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5년간 해당 직무를 마치고 다른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50번의 출장을 정리하는데 보고서를 제외하고 특별한 기억이 없다. 출장은 일이지 결코 여행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여행을 계획하며 고려할 점이 많다.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구와 갈 것인가? 몇 일을 생각하는가? 비용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구체적 일정 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가?아내와 1달에 2번 정도 국내 여행을 떠나는데, 대부분 1박 2일이다. 아내가 저 곳 가고 싶다고 하면 일정이 없는 날을 택해 떠나면 된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는 고려할 점이 많아 최소 한 달 전부터 갈 곳과 일정을 확정하고 구체적 계획을 세운다. 배운다는 개념보다는 즐긴다는 개념이 강해 자유 여행보다는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모든 여행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모든 경비는 내가 부담한다. 아내의 말에 무조건 순종한다. 무거운 짐, 귀찮고 불편한 일은 전부 내가 한다.

회사 생활이 여행이라면?

회사 생활은 절대 여행이 아니다. 하지만, 삶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중요했던 생활 5개를 뽑으라면 무엇이 선정될까? 부모님과의 생활, 학교와 군대 생활, 직장 생활, 결혼과 자식 키우며 지내던 생활, 자식이 다 떠나고 아내와 함께 한 생활 아닐까? 하나씩 그 생활들을 떠올리며 즐거웠던 여행이었다고 행복한 미소를 보일 수 있을까? 결코 적지 않은 직장 생활 중 무엇이 생각날까? 만약 미래에 후회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직장은 일로 맺어진 계약 관계라고 한다. 일을 하고 대가로 보상을 받는 계약 관계로, 일을 하지 않거나 보상을 받지 않으면 계약이 종료된다. 이것이 전부라면 직장 여행은 얼마나 끔찍할까? 성취를 통한 자부심, 모르던 것을 알고 활용하는 배움의 성숙, 하루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냄에 대한 즐거움이 없다면 직장 여행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단순히 보상만을 추구하고 모든 즐거움은 사회 직장 외 생활에서 얻으면 그 뿐인가?여행 장소, 일정, 동반자가 결정되었다면 여행 속에서 함께 즐기며 배우고 나누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겠는가? 직장생활이라는 여행 속에 많이 배우고 즐기며 인생에 도움을 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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