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로열티만 연 100억"…알짜 중소 기업의 비결은 [이미경의 옹기중기]

김상현 칩스앤미디어 대표 인터뷰
年로열티만 100억 넘는 '알짜'
영상 특화 NPU IP 개발 완료
현지 JV로 중국 시장도 확대
김상현 칩스앤미디어 대표. 사진=최혁 기자
전자기기에서 영상을 재생하려면 비디오 코덱이 필요하다. 반도체 칩에 탑재된 비디오 코덱은 영상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인코딩)하고 다시 영상으로 재생(디코딩)하는 방식으로 영상 콘텐츠를 녹화·재생한다.

업력 길어 탄탄한 로열티 매출

칩스앤미디어는 탄탄한 로열티 매출을 기반으로 연간 흑자를 내는 비디오 코덱 설계자산(IP)업체다. 퀄컴, NXP,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이 거래처다. 로열티는 회사의 IP가 적용된 반도체 칩이 판매될 때 발생하는 수수료다. IP 라이선스 계약 시점과 칩 판매시점이 달라 IP업체가 로열티 매출을 올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소규모 업체들은 로열티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 매각되는 경우도 있다. 김상현 칩스앤미디어 대표는 21일 "2003년 설립돼 30년이 넘는 업력을 가진 만큼 매출 구조도 탄탄하다"며 "우리IP가 반영된 칩 수는 15억5000만개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기업들로부터 연간 100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받는 국내 중소기업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칩스앤미디어의 로열티 매출은 108억원이다.

IP업계는 실물을 팔지 않는 만큼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이 어렵다. 보여지는 물건이 아닌 탓에 해당 IP가 과거 어느 회사의 어떤 제품에 탑재되었는지 이력이 중요해서다. 김 대표는 "업력이 20년이 넘었다는 건 이 기간 동안 우리 IP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NPU·中시장은 신규 먹거리"

칩스앤미디어는 향후 신경망처리장치(NPU)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NPU는 사람의 두뇌를 모방한 반도체다. 뇌에서 수많은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통신망 없이도 실시간으로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인공지능(AI)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회사는 작년 9월 영상특화 NPU IP를 개발했다. 여기에는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변환하는 슈퍼 레졸루션(SR)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김 대표는 "NPU IP는 우리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라며 "라이선스 거래를 위해 국내외 반도체칩 제조사와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IP는 타사 대비 크기도 80% 작다"며 "전력 소모가 적어 효율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NPU IP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기 위해 타사 인수도 고려 중이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가 갖고 있지 않은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물색 중"이라며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적정 가격에 매물로 나온다면 당장에라도 인수를 진행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합작회사(JV) 설립을 통한 중국 시장 확대도 계획 중이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자국 회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를 고려한 조치다. 김 대표는 "올해 3분기 중 중국 현지 업체와 JV를 설립해 중국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급인력도 적극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대구 신천동 동대구벤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인근에 경북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등이 위치한 만큼 개발자를 채용하기 수월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김 대표는 "회사 처우도 대기업에 준하는 수준"이라며 "고급인력을 확대해 기술력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