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해외 간다더니"…제주에 관광객 '우르르' 몰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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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가지 논란'에도 관광객 몰렸다"요즘 누가 제주도 가요, 그 돈이면 해외로 가지." 이른바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불거진 제주도의 바가지 논란에 이처럼 국내 여행객들에게 외면받는 분위기지만 외국인 관광객 숫자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제주공항 찾은 외국인 방문객 전년 대비 3배 늘어
중국인 전체 76% 달해…항공·크루즈 접근성 개선 효과
22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해외에서 제주공항을 찾은 방문객은 112만59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7만6972명)보다 약 3배 늘어난 수치다. 출발한 곳을 지역별로 보면 중국 상하이 푸둥 공항이 39만8276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만 타오위안 공항 13만6393명, 중국 항저우 샤오산 공항 10만4202명 순이었다.같은 기간 제주항과 강정항을 통해 입항한 크루즈 관광객 또한 34만6000명으로 작년 상반기(16만7000명)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출발 공항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외국인 관광객 상당수는 중국인이다. 제주관광협회 제주관광통계 관광객 입도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5월 방문 국가 1위는 중국으로 전체 71만9997명 중 54만9769명(76.3%)으로 나타났다. 2023년 같은 기간에는 4만3502명으로 전체(14만9908명) 중 29%에 그쳤는데 확연하게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배경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중단됐던 외국인 환승객 무비자 입국 허가 제도(무사증 입국)가 엔데믹으로 재개된 게 꼽힌다. 무사증 입국은 일부 국가를 제외한 외국인 방문객이 30일간 비자 없이 관광할 수 있는 제도다.제주공항의 해외 직항 노선 증편과 제주항, 강정항 크루즈 입항 등 접근성 개선도 요인이다. 이달 들어 중국동방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중국 상하이 노선을 각각 주 2회, 주 4회 운항을 시작해 상하이 직항은 주 64회로 늘었다. 대한항공과 중국국제항공이 베이징 노선을 주 7회 운항하며 베이징 직항도 주 28회로 확대했다. 중국 시안 직항편은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각각 주 2회 운항을 시작하며 총 4회 운항한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중국 여행사들이 대도시 중심으로 제주행 전세기 상품 모객에 나서는 등 하반기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제주도가 제시한 올해 관광객 목표치는 내국인 1280만명, 외국인 120만명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상반기에만 100만명 넘게 다녀가며 조기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국인은 650만명 수준으로 연말까지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는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시기로 안전을 고려한 여행객들이 해외 대신 제주를 찾았다면 올해는 주춤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제주행 대신 해외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가지 논란도 발목을 잡았다. 비계 삼겹살 논란이 인 데 이어 이달 6일에는 해수욕장에서 평상을 빌렸는데 제휴 업체가 아니면 평상에서 먹을 수 없다는 이른바 '평상 갑질' 논란도 일었다. 곤욕을 치른 제주관광업계는 바가지 요금이나 불친절 등 제주 관광을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겠다는 취지로 이미지 쇄신에 힘쓰고 있다.제주관광업계는 황금연휴가 몰린 하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차를 하루이틀 사용하면 연휴를 즐길 기회가 여러 번 있어서다. 통상 황금연휴엔 해외여행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3~4차례 잦은 징검다리 연휴로 국내 관광지를 찾는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모두투어에 따르면 제주도의 8~10월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는데 특히 8월 광복절, 9월 추석, 10월 개천절·한글날의 황금연휴 기간에 국내 여행을 계획한 가족 여행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논란이 한풀 꺾인 데다 제주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건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5성급, 해외는 3~4성급 숙소 등 기준점이 달라 '착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숙소나 여행지가 공유되면서 제주를 찾는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