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 비, 비…썩은 농작물, 타는 농심에 복구는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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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차면 30년 농사 경력도 소용없어…돈이 다 증발한 셈"
농민들, 특별재난구역 지정돼 보상 기대 "비가 지겨워요, 정말. 그 뒤로도 비가 계속 와서 침수된 방울토마토를 치우지도 못했어요. "
폭우 피해를 입은 지 2주가량 지난 22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은 모처럼 비가 그치고 폭염이 나타났다.
다시 찾은 망성면 화산리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잎이 마르고 붉은 알이 다 터져버린 방울토마토가 끝없이 늘어져 있었다.
지난 8∼10일 최대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이모(71)씨의 비닐하우스도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 이후 군인들과 자원봉사센터·종교단체의 봉사자 등이 복구 작업에 손을 보탰지만 이씨의 비닐하우스는 물에 계속 잠겨있어 제대로 된 복구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이씨는 "물이 완전히 빠져야 썩은 방울토마토들을 뽑을 텐데 비가 자주 와서 못 했다.
점적호스(액체를 한 방울씩 떨어뜨리기 위해 땅속에 심어놓은 얇은 호스)라도 빼려고 나와 있다"며 "군인들이 지원을 또 나온다고 하니, 내일쯤에는 치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대로 비닐하우스 끝 쪽에는 아직도 발목이 푹 빠질 정도로 물이 차 있었다.
입구 쪽에는 물에 젖었다가 마른 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방울토마토 수확을 위해 가져다 놓았던 건데 모두 젖어 쓸 수 없게 돼서 버리기 위해 한곳에 모아뒀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뿌리 역시 물에 잠겼다가 마르면서 모두 하얗게 썩어 있었다.
이씨는 뿌리 하나를 뽑아 들며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만 30년 넘게 했는데, 물이 차면 오랜 경력도 소용이 없다"며 "지난해에는 그나마 수확 후에 비가 내렸는데 올해는 수확을 앞두고 피해를 봤다.
인건비에 비룟값까지 돈이 다 증발해버렸다"며 착찹해했다.
방울토마토는 정식 후 첫 수확까지 70여일이 걸린다.
이씨는 다시 방울토마토를 심을 예정이지만 언제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이씨는 "지주대를 빼고 줄을 자르고 방울토마토 대를 다 뽑고 나면 트랙터로 흙을 싹 갈아엎어 말려야 한다"며 "다시 거름을 주면 땅이 살아날지 모르겠다.
어차피 비가 오면 또 못 하니까 정리될 때까지는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피해가 큰데 익산지역은 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안 됐는지 모르겠다"며 "혹시나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복구 작업이 마무리돼 상추를 새로 정식한 곳도 있었다.
상추는 식재 후 20여일 뒤면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흙을 뒤집어쓴 검정 비닐은 물이 마르면서 황토색이 됐지만, 그 안에서는 어린 상춧잎들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재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던 한 농협 직원은 "상추 같은 엽채류는 비교적 생장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재난관리 정보시스템(NDMS)에 들어온 집중호우 피해 규모가 394억3천만원에 달한다.
이중 농작물 피해는 201억7천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는 심각한 피해 현황을 토대로 정부와 정치권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고 재난지원금 지원, 국세·지방세 납부 면제,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연합뉴스
농민들, 특별재난구역 지정돼 보상 기대 "비가 지겨워요, 정말. 그 뒤로도 비가 계속 와서 침수된 방울토마토를 치우지도 못했어요. "
폭우 피해를 입은 지 2주가량 지난 22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은 모처럼 비가 그치고 폭염이 나타났다.
다시 찾은 망성면 화산리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잎이 마르고 붉은 알이 다 터져버린 방울토마토가 끝없이 늘어져 있었다.
지난 8∼10일 최대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이모(71)씨의 비닐하우스도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 이후 군인들과 자원봉사센터·종교단체의 봉사자 등이 복구 작업에 손을 보탰지만 이씨의 비닐하우스는 물에 계속 잠겨있어 제대로 된 복구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이씨는 "물이 완전히 빠져야 썩은 방울토마토들을 뽑을 텐데 비가 자주 와서 못 했다.
점적호스(액체를 한 방울씩 떨어뜨리기 위해 땅속에 심어놓은 얇은 호스)라도 빼려고 나와 있다"며 "군인들이 지원을 또 나온다고 하니, 내일쯤에는 치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대로 비닐하우스 끝 쪽에는 아직도 발목이 푹 빠질 정도로 물이 차 있었다.
입구 쪽에는 물에 젖었다가 마른 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방울토마토 수확을 위해 가져다 놓았던 건데 모두 젖어 쓸 수 없게 돼서 버리기 위해 한곳에 모아뒀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뿌리 역시 물에 잠겼다가 마르면서 모두 하얗게 썩어 있었다.
이씨는 뿌리 하나를 뽑아 들며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만 30년 넘게 했는데, 물이 차면 오랜 경력도 소용이 없다"며 "지난해에는 그나마 수확 후에 비가 내렸는데 올해는 수확을 앞두고 피해를 봤다.
인건비에 비룟값까지 돈이 다 증발해버렸다"며 착찹해했다.
방울토마토는 정식 후 첫 수확까지 70여일이 걸린다.
이씨는 다시 방울토마토를 심을 예정이지만 언제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이씨는 "지주대를 빼고 줄을 자르고 방울토마토 대를 다 뽑고 나면 트랙터로 흙을 싹 갈아엎어 말려야 한다"며 "다시 거름을 주면 땅이 살아날지 모르겠다.
어차피 비가 오면 또 못 하니까 정리될 때까지는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피해가 큰데 익산지역은 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안 됐는지 모르겠다"며 "혹시나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복구 작업이 마무리돼 상추를 새로 정식한 곳도 있었다.
상추는 식재 후 20여일 뒤면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흙을 뒤집어쓴 검정 비닐은 물이 마르면서 황토색이 됐지만, 그 안에서는 어린 상춧잎들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재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던 한 농협 직원은 "상추 같은 엽채류는 비교적 생장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재난관리 정보시스템(NDMS)에 들어온 집중호우 피해 규모가 394억3천만원에 달한다.
이중 농작물 피해는 201억7천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는 심각한 피해 현황을 토대로 정부와 정치권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고 재난지원금 지원, 국세·지방세 납부 면제,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