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 해리스, 대외정책 노선 계승할 듯…네타냐후엔 더 강경

외교 전통주의·국제주의 따르는 참모진…고립주의 트럼프와 반대
중·러 위협맞서 우크라 등 동맹 지원 강조…대중 강경책도 이어갈듯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포기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외 정책은 동맹 지원을 강조하는 등 대체로 바이든 정부를 따르면서도 가자전쟁에 있어선 이스라엘에 더 강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전통·국제주의' 외교 노선…'고립' 트럼프와 대척점
상원의원, 부통령 등 정치경력을 시작하기 전 그는 검찰, 주 법무장관 등 사법분야에서 주로 활동해온 만큼 상대적으로 외교 정책 경험은 많지 않다.

부통령이 된 후로는 대체로 '전통주의자'이자 '국제주의자들'인 보좌관들에 의존해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고립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J.D. 밴스 상원의원과는 대척점에 있는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필립 고든은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도 활동한 베테랑 외교 고문이다.

중동 경험도 풍부한 유럽 전문가인 그는 온건한 중도좌파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고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해 '충동적'이라 평하고, 2015년 이란 핵합의를 일방 파기한 것에 대해서도 전쟁 위험을 높였다고 비판했다. 전 미 국방부·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당국자인 짐 타운센드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그들의 관점은 클린턴 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잘 맞는 것 같다"며 "그들은 고지식하고 전통적인 외교 정책 전문가들"이라고 설명했다.

타운센드는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기반한 국제 질서의 산물"이라고 덧붙였다.
◇ 바이든처럼 중러 맞서 동맹 지원 강조…"네타냐후엔 더 강경"
외교 경력은 부족했던 해리스 부통령은 백악관 입성 후에는 150개국 정상들과 회동하며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동맹·협력국에 대한 군사·경제적 지원을 표명해왔다. 미 언론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을 경우, 중국·러시아에 맞서 미국 동맹 강화에서부터 우크라이나 무장 지원에 이르기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있어선 예외로, 네타냐후 총리를 더 강하게 비판하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선 공감을 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개별 국가로 병존하는 해법)을 지지하는 등 기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기조를 같이 해왔다.

그러나 가자지구로 가는 인도적 지원 흐름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에는 더 비판적이었고, 휴전 촉구 면에서는 개전 이후부터 신속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좀 더 강경하게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미 NBC 방송은 지난 3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들이 당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진행 중이던 휴전·인질 석방 협상의 필요성에 대한 해리스 부통령 연설의 톤을 낮췄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연설문 원안은 이스라엘에는 더 강경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끔찍한 인도적 상황을 묘사하면서 더 많은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게 전·현직 백악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해왔던 아랍계 미국인, 젊은층, 진보적 유권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입후보에 우호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유대인 커뮤니티와도 관계가 깊다.

그의 남편 더그 엠호프는 유대인이다.

기업 변호사인 엠호프는 미 유대계 커뮤니티와 접촉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반유대주의 반대 활동에 목소리를 내왔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이스라엘 정책 입장 표명에 있어 '더 균형잡힌' 수사(레토릭)를 추구하고,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및 권리 문제에 있어 더 동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밀러 연구원은 다만 해리스 부통령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전통적인 지원을 지지하고 있으며, 극적인 방식으로 그 접근 방식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 우크라 지원 거듭 천명…대중 강경 정책도 이어질 듯
해리스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선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해왔다.

그는 지난 6월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강조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6번째 회동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선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필요로 하는 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미국은 계속 세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그런 관점은 미국을 약화하고 세계의 안정과 번영을 해친다"며 비판했다.

이달 11일 선거유세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나토 탈퇴 위협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푸틴을 끌어안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 집권 시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방 경제의 중국과 경제적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정책을 주장해왔다.

홍콩, 위구르 인권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발언해왔다.

상원의원 시절 홍콩에 대한 중국의 민주주의 및 자치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홍콩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마코 루비오(공화당) 상원의원과 함께 발의했다.

위구르 인권 정책 법안과 미얀마 인권 증진 법안에도 참여했다.

대만에 대한 비공식적인 지원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2년 9월 기존 미국의 정책에 따라 대만의 자체 방어력 확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 필리핀 방문 중에는 중국과 영유권 갈등 중인 남중국해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남중국해상의 서부 팔라완섬을 전격 방문, 해안경비대 함정에 승선해 필리핀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천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