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체코 원전 수주, 과연 덤핑일까?

한수원 컨소시엄의 쾌거 두고
국내 일각서 덤핑 수주 논란 제기

체코 사업비 넉넉해 위험 작고
웨스팅하우스 변수 될 확률 희박

韓 경쟁력 우위는 낮은 건설단가
유럽서 원전 추가 수주 기대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지난 17일 선정됐다. 아랍에미리트(UAE) 4기 수주 이후 매우 큰 낭보다. 체코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2기 건설에 약 24조원이다. 앞으로 테멜린 3·4호기 건설도 추진되면 총 50조원 규모가 된다. 현재 덴마크에 방문교수로 있는 내게 주변에서는 한국의 수주가 당연하면서도 대단하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국내 일각에서는 우리의 건설 단가가 경쟁 상대인 프랑스보다 아주 낮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덤핑 수주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체코 원전 건설로 한수원 컨소시엄이 손해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체코 전력공사가 사업주고 한수원 중심의 팀코리아는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다. 즉 전체 프로젝트를 체코 전력공사가 주관하는데 발전소를 설계하고(engineering), 기자재와 부품을 구매해 조달하고(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하는 EPC 부분을 한수원 컨소시엄이 담당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국내와 UAE에서 해온 EPC를 그대로 잘한다면 별다른 변수가 없다.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5·6호기 2기 원전 건설의 예상 사업비로 제시한 24조원은 EPC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의 예상액이다. 사업비도 넉넉한 편이다. 우리가 성공적으로 완수한 UAE 바라카 원전의 사업비는 호기당 7조원, EPC가 5조원을 조금 넘는 규모였다. 이번 체코 원전은 예상 사업비가 호기당 12조원 규모로 바라카 대비 5조원 늘었다.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해도 이번 체코 원전 사업에는 큰 위험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싸다고 무조건 덤핑이고, 손해라는 주장은 억지다. 세계원자력협회(WNA)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건설단가(3571달러/㎾)는 프랑스(7931달러/㎾)의 절반이 안 된다. 잘 만들어서 싼 것이지, 손해 보고 팔아서 싼 것이 아니다. 한국은 국내에 28개, UAE에 4개 원전 건설을 완료했다. 총 32번의 노력과 그 결과를 통해 프랑스보다 낮은 비용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체코 원전 건설의 입찰가는 체코 정부와 발주처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비유하자면 한국은 32번의 실제 경기를 통해 마라톤을 2시간에 주파하는 체력과 기술을 갈고 닦아 놓았다. 그런데 프랑스 선수는 완주에 3시간 혹은 4시간 이상 걸리는데 우리 선수가 2시간에 달린다는 것은 오버페이스여서 게임에서 질 것이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그 말이 프랑스 사람 입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 입에서 나온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지나치게 뛰어나서 덤핑 논란이 생긴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웨스팅하우스의 소송으로 결국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에서는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 자체를 할 자격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져 웨스팅하우스가 패소했다. 웨스팅하우스는 굴하지 않고 항소했지만 1심에서 패소한 원인이 그대로 유효하기에 항소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웨스팅하우스가 회사가 아니라 미국 정부로 신분이 바뀌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항소해도 결론은 웨스팅하우스의 패소다. 이를 두고도 우리가 패소할 소지가 있으며, 소송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서 모호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체코 수주를 폄훼하는 것은 지나치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중재 절차 또한 체코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 때문에 체코 수주가 무산될 가능성은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정부가 될 확률과 같은 수준이다. 불가능한 일이다.

유럽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자력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번 체코 진출은 그 시작을 여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탈원전을 번복한 이탈리아와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여러 유럽 국가가 원전 건설 사업자를 선정할 때 우리나라를 선택할 가능성은 아주 커졌다. 이런 마당에 이번 수주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폄훼해 내 발등을 내가 찍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