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준금리 전격 인하…성장 불씨 살린다

5개월 만에 0.1%P 내려

하반기 경기둔화 우려 커지고
3중전회 결과에 비판 쏟아지자
'위안화 가치 절하' 위험에도
유동성 공급 긴급조치 단행

시장선 추가 부양책도 기대
중국이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아직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전이어서 ‘위안화 가치 절하’라는 리스크(위험 요인)가 있지만 빠르게 둔화하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분기 ‘성장률 쇼크’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5%) 달성이 쉽지 않아지자 통화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해 경기를 되살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가 나올지에도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다.

1·5년물 동시 인하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22일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85%로, 신용·기업 등 일반 대출의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LPR을 연 3.35%로 0.1%포인트씩 낮췄다. 5개월 만에 단행된 금리 인하 조치다.

지난 2월엔 5년 만기 LPR만 0.25%포인트 내리고 1년 만기 LPR은 연 3.45%로 유지했지만 이번엔 단·중기 LPR을 동시에 낮춰 경기 부양 효과를 높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을 내린 건 주택 수요를 진작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선 매월 20개 주요 상업은행이 자체 자금 조달 비용과 위험 프리미엄 등을 고려한 금리를 은행 간 자금중개센터에 제출한다. 인민은행은 이렇게 취합·정리된 LPR을 점검한 뒤 공지한다. 모든 금융사는 LPR을 참조해 대출금리를 정한다.시장에선 오는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이달엔 중국이 LPR을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인민은행은 금리를 내렸다. 이날 인민은행은 성명서에서 “이번 금리 인하의 목적은 실물 경제를 더 잘 지원하기 위해 경기 순환 조정을 강화하는 데 있다”며 “금리 인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유동성 확대에도 ‘주목’

이전까지 인민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국제사회 목소리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위안화 가치 안정이다. Fed가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중국이 먼저 금리를 내리면 금리 차가 확대돼 위안화에 평가절하 압력이 커진다. 이미 중국 금리는 주요 국가보다 낮은 편이라 중국 은행의 수익성도 뒤처져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날 인민은행이 금리를 내린 건 중국 정부가 그만큼 성장률 둔화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올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동기보다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망치인 5.1%에 못 미쳤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분기(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수 지표인 중국 소매판매는 6월에 17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주저앉았다. 부동산 불황 등으로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추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여기에 중국 내 자금 수요도 쪼그라들고 있다. 6월 중국 은행의 신규 위안화 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급감했다.이런 가운데 18일 폐막한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선 별다른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비가 부진해 수출 호황 효과가 상쇄되고 있어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3중전회가 구체적인 경기 부양 대안을 담지 못했다는 국제사회 지적도 신경 쓰였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선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금리 인하 외에 다른 유동성 확대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관측됐다. 예컨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비율을 의미하는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 등이다.

금리 인하에 앞서 인민은행은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기존 연 1.8%에서 연 1.7%로 0.1%포인트 내려 약 1년 만에 초단기 유동성을 확대했다. 역레포 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연 1.8%였다. 역레포 금리를 낮추면 금융사는 중앙은행에서 더 낮은 금리에 초단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Fed보다 먼저 금리를 내린 건 경제 하방 압력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하반기 중국 경제 성과에 따라 유동성 확대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