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훌륭한 선수 뒤의 후원사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스포츠 경기를 볼 때마다 선수들 유니폼에 부착된 다양한 후원사 로고가 우리 눈에 들어온다. 후원사들은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누린다. 그러나 올림픽 때는 태극마크 외엔 아무 로고도 볼 수 없다. 의류 브랜드 로고조차 경기 전 장비 점검 시 마킹 테이프로 모두 가린다.

올림픽에는 올림픽파트너(The Olympic Partner·TOP)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올림픽 스폰서십의 최고 등급으로 엄선된 세계 올림픽파트너그룹에 독점적인 글로벌 마케팅 권한을 부여한다. 현재 TOP는 15곳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대회조직위원회는 TOP와 로컬 후원사 외의 브랜드 노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IOC는 이번 파리올림픽부터 선수와 종목 협회를 지원하는 후원사들에 간접적으로 최소한의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후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IOC가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나는 한 기업 소속으로 15년간 선수 생활을 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내가 속한 기업 선수단에서 대한민국 전체 금메달 9개(종합순위 9위) 중 거의 절반인 4개를 따냈다. 이는 한 기업의 후원과 지원으로 이뤄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선수를 은퇴하고 단체장이 되면서 이런 후원의 고마움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내가 탁구협회장이 됐을 때 큰 우려가 따랐다. 보통 단체장은 기업인이 맡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30대 젊은 선수 출신인 내가 후배 육성과 협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지 많이들 걱정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지인을 찾아가 후원자 소개를 부탁했고, 평소 가깝게 지낸 기업인들을 찾아가서 탁구와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후원사 미팅을 100번 하면 1번 성사될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려웠다. 하지만 탁구를 위한 진심이 통했을까. 그렇게 여기저기 뛰며 5년이 지난 지금은 굵직한 후원사들이 우리 탁구선수 및 탁구협회와 함께하고 있다.

그만큼 스포츠에서 기업의 후원은 중요하다. 우리는 기업 후원에 고마워해야 하고, 이를 통해 스포츠산업 전반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스포츠산업이 발전할수록 기업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이를 통해 종목의 인프라가 좋아지고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따라서 후원 기업과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자리를 빌려 탁구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뒷받침해주는 후원사들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한다. 훌륭한 선수 뒤에는 그 길을 오랫동안 묵묵히 지원해주는 후원사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