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여론 악화에 오바마도 등돌리자…바이든 '역전 불가'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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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석달 앞두고 '격랑'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은 당 안팎에서 거세진 사퇴 여론 때문이다. ‘고령 리스크’를 끝내 극복하지 못해 지지율이 하락하고 후원금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정치적 동지의 사퇴 압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극비'로 이뤄진 사퇴 결정
토요일밤 측근 2명과 입장문 써
핵심 참모도 발표 1분 전 알아
'고령 리스크' 결국 못 넘어
트럼프와 격차 점점 벌어지고
정치 후원금도 급감하자 결심
버티다 48시간 내 중도 하차 결정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결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후 늦게 최측근 스티브 리셰티 대통령 고문과 마이크 도닐런 수석전략가를 긴급 호출했다. 두 사람은 델라웨어주 러호버스 해변 자택에서 코로나19로 자가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밤늦게까지 대선 후보 사퇴 입장문 작성에 매달렸다.CNN은 “바이든의 중도 하차 결정은 48시간 이내 이뤄졌고 그 계획은 토요일 밤에 시작해 일요일에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SNS에 사퇴 입장문을 올리기 1분 전에 다른 핵심 참모들에게 사퇴 소식을 알렸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사퇴 발표 전 바이든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하며 이 사실을 알게 됐다.
CNN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포기한 사례는 1968년 후 56년 만이다. 당시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미국에서 베트남전 반대 기류가 확산하며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펠로시까지 사퇴 압박
바이든 대통령 사퇴 요구가 분출되기 시작한 때는 지난달 27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인지력 저하 논란이 불거진 때다. 이후 로이드 도겟 연방 하원의원(텍사스)을 시작으로 30여 명의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당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대선을 완주할 것이니 사퇴 요구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할리우드 유명 배우이자 민주당 골수 지지자인 조지 클루니와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동료인 펠로시 전 하원의장까지 사퇴 압박에 가담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당내 우려를 전달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재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지지율 하락에 돈줄도 말라가
지지율 하락도 사퇴 요인으로 작용했다. NYT와 시에나대가 TV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적극 투표층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 43%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9%)에게 6%포인트 뒤졌다. TV 토론 직전 조사에서 두 사람의 격차는 3%포인트였지만 토론 이후 두 배로 커졌다. 대선 승부처인 경합주에서는 더 부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머슨대가 지난 15~16일 벌인 7대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밀렸다.바이든 대통령을 후원하는 정치 자금도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민주당 기부자 사이에서는 “10명 중 9명은 바이든 대통령을 후원할 계획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바이든 캠프의 한 소식통은 NBC뉴스에 “돈줄이 완전히 끊기고 있다”고 전했다.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