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차원 노사협의회 설치 의무, 실익이 뭘까요"

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영국과 프랑스의 총선, 앞으로 있을 미국의 대선 등 2024년은 글로벌 선거의 해라고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4월에 총선이 있었고, 요즘은 주요 정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를 뽑는 선거 분위기가 한창이다. 노동법에도 선거와 투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대표 제도,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의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제도이다. 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의 위원장 선거가 더 중요한 선거일 수 있으나 노동조합 내부의 선거이므로 논외로 한다.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이다(제24조 제2항). 근로자대표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근로시간 특례, 유급휴가 대체, 휴일 대체 등의 제도 도입에 있어 서면으로 합의할 권한이 있다. 바꿔 말하면 적법한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거치지 않으면 제도를 도입할 수 없거나 운영되고 있는 제도가 무효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대표 A와의 서면 합의를 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추후 분쟁에서 A는 적법한 근로자대표가 아니라고 판단이 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무효가 되고 연장수당 등의 추가지급 의무가 발생하고, 그 규모는 상당할 것이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히 문제가 없다. 과반수 노동조합은 없으나 두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합하여 과반이 되는 경우 두 노동조합과의 서면 합의를 적법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직원 중 A노동조합 소속이 40%, B노동조합 소속이 30%인 경우 A노동조합과 B노동조합의 연합으로 적법한 근로자대표가 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법문상 근로자대표가 단수라는 언급이 없는 점, 근로자대표는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근로자들 과반수의 의사가 반영되었는지가 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개별 사안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자 과반수의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면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보거나 적어도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너무 형식논리에 얽매이면, 40%, 30%, 30%가 소속된 3개 노동조합이 모두 제도에 동의할 때에도 제도 도입이 무효라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법문에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근로자대표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 대한 선거도 이슈가 된다. 근로자대표의 서면 합의가 필요한 특정 이슈에 국한하여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으나, 현실에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근로자대표 선거를 하는 것은 지나친 비효율이므로, 상설적/포괄적 근로자대표를 둘 필요가 있고 이는 법원도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24. 2. 2. 선고 2023나2035761 판결). 실무상 근로자대표를 뽑고 싶어도 아무도 입후보를 안해서 뽑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 것도 고려할 부분이다.근로자위원 선거를 하면서 근로자위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를 겸하는 것으로 하는 경우가 실무상 많이 활용되고 있고, 유권자인 근로자들이 겸임한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투표를 한다면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간접선거 방식도 가능한데, 법원은 사업장 및 조직단위별로 사업장 근로자위원을 선출하고, 사업장 근로자위원들이 호선하여 사업장 근로자대표를 선출한 다음 전국의 사업장 근로자대표들이 투표를 통하여 전사 근로자대표를 선출한 사안에서,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은 직접 선거로만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전사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가 된다고 판단하였다(위 서울고등법원 2023나2035761 판결).

한편, 근로자대표의 서면 합의가 필요한 제도(예를 들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특정 직군에만 적용된다면, 해당 특정 직군 근로자를 기준으로 근로자대표를 판단한다. 따라서 전사적으로는 과반수 노동조합이 아니더라도 특정 직군 근로자들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적법한 근로자대표가 된다(서울행정법원 2023. 7. 14. 선고 2022구합69452 판결).

다음으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가 있다. 먼저 노사협의회 구성 단위가 쟁점이 된다. 구성 단위에 따라 선거 단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사업이나 사업장 단위로 노사협의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복수의 사업장이 있는 경우 사업장별 노사협의회를 설치하여도 법률상 노사협의회 설치의무를 준수하였는지가 문제된다.고용노동부는 기본적으로 전사 단위로 노사협의회가 설치되어야 하고, 사업장 단위는 매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는 입장인데, 과연 그럴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 없지 않다. 노사협의회 제도는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이 참여와 협력을 통하여 노사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그 취지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원활하고 실질적인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사업장 내에서 근무하면서 사업장 내 이슈나 근로자들의 관심사들에 대한 공감대가 있고 쉽게 논의할 수 있는 단위에서 노사협의회가 운영되는 것이 그 취지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 회식을 하더라도 잘 아는 사람들끼리 해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한 군데 모아 놓으면 서먹하고 서로 의례적인 인사나 나누다가 대충 파하게 되기 마련이다. 전사 단위 노사협의회를 통해 얻는 실익을 알기 어렵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단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부득이한 경우에는 부서별로 근로자 수에 비례하여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근로자(이하 이 조에서 “위원선거인”이라 한다)를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로 선출하고 위원선거인 과반수가 참여한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로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라고 하여 간접선거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서 위원선거인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구 획정이 필요한데, 법률에서 근로자 수에 비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투표가치에 심한 차등이 발생하면 근로자위원 선출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으니 선거구 획정에 있어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법원은 선거구별 근로자 1인의 투표가치가 최대 23배 차이가 나는 선거구 획정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19. 1. 15. 선고 2018나2029106 판결).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