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개의 운석이 지구로 떨어졌다… 우주의 비밀을 품은 채 [서평]

운석
팀 그레고리 지음
이충호 옮김
열린책들
352쪽 / 2만5000원
지구의 나이가 45억 년이 조금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운석을 통해서였다.

1956년 미국의 지구 화학자 클레어 캐머런 패터슨은 철질 운석의 시원 납을 분리해 질량 분석기로 동위 원소 조성을 측정했다. 측정 장비에서 나온 수치들을 방정식에 대입한 결과, 지구의 나이를 도출할 수 있었다.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로 떨어지는 수많은 암석 중 대기권을 무사히 통과해 지표면에 도달한 것을 운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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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견된 운석은 6만여 개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태양계의 생성과 변천 등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재료로 평가받는다.

지구의 암석은 오랜 시간 동안 풍화 작용을 거쳐 가루로 변하지만, 운석은 생성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지질학자인 팀 그레고리가 쓴 <운석>은 이처럼 운석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운석 연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소개하며 태양계가 탄생할 무렵부터 지금까지의 사건들을 과학적 사실과 엮어 전달한다.
저자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운석이 말해준다고 밝힌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전, 다양한 지각 활동을 겪으며 발전해온 역사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각 운석이 지닌 독특한 지질학적 특성에는 그 운석이 기원한 소행성의 종류가 반영돼 있다”며 “소행성에는 태양계 역사의 첫 장에 해당하는 이야기와 행성계를 만드는 방법,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성분이 기록돼 있다”고 설명한다.
ⓒ챗 GPT
또한 소행성은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도 많은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말한다. 물 분자를 비롯해 생명에 필수적인 다양한 분자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면 길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돌멩이도, 우뚝 선 바위도, 높이 솟은 절벽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돌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을 통해 생명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을까에 대한 답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