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밸류업 위해 대수술하나…구조 재편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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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시장 구조개편 검토 용역 발주 예정
日 등 해외사례 분석
정은보 "주식시장 구조 개편할 때 됐다"
19일 금융당국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조만간 경쟁입찰을 통해 '거래소시장 구조 재편'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2013년 코넥스 시장이 출범하면서 구축된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구조의 재편 검토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로 확인됐다. 정 이사장은 앞서 지난 5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시장 재편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용역은 정 이사장의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거래소시장 구조 재편 관련 연구 용역은 다음달 중 시작될 예정이다. 용역 추진을 위해 거래소 코스닥시장부 주도 아래 유가증권을 담당하는 주식시장부와 코넥스시장부 실무진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최근 한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당국 한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 성공 시장 개편 사례를 검토해 우리 시장구조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보자는 취지"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을 기존 3개에서 2개로 통합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수립한 게 없다"며 "연구 결과는 연말께 받아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한국거래소가 시장구조 재편을 검토하는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미국으로의 '머니무브'(자금이탈)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증권 거래소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상장사 가치를 높여 한국 자본시장의 투자매력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2022년 4월 일본 당국도 비슷한 맥락에서 상장기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본 바 있다. 당시 일본은 일본거래소그룹(JPX) 거래소 시장을 기존 5개(메인 1부 2부·자스닥 1부 2부·마더스)에서 3개(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로 간소화했다. 유동성과 시가총액, 재무상태 등을 기준으로 삼아서다. 그로스 시장은 성장성이 높지만 프라임과 스탠다드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속한다. 스탠다드 시장은 기업가치 제고가 예상되는 기업 모임으로 프라임 시장 상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
한국거래소의 한 임원은 "시장 구조를 다시 한 번 그려보겠다는 구상"이라며 "일본 JPX나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통용되는 병렬식의 시장구조를 취할지, 시장을 가르지 않고 '원마켓' 아래 세그먼트 형식으로 기업들을 구분할지는 용역 결과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놓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예정인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거래소 간 경쟁체제가 구축된 만큼, 한국거래소도 시장 개혁에 적극 나설 입장이란 설명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 70년간 한국거래소의 독점체제로 운영됐지만, 투자자 편익 증대 등을 이유로 ATS가 추진됐다. ATS는 기존 거래소의 3대 기능인 상장·거래·청산 중 거래를 담당하는 플랫폼으로 내년 상반기 출범 예정이다. ATS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