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돌풍에 '여성·소수자 인센티브' 설 자리 잃었다

AMD·모토로라·리전스파이낸셜 등 12개 기업
"재무성과 저해하며 인센티브 받아" 지적에
임원 급여 지급 시 다양성 기준 삭제
소수자 할당제·성중립적 대명사 등 사라져
중소기업선 반ESG 주주제안 8배로 급등
론 드산티스 미국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드산티스 주지사는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은 "분열, 배제, 세뇌를 의미하며 이는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 사진=AP
미국 기업들이 공화당의 압박에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에 근거한 임원 급여 인센티브 정책을 폐지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최근 미국 반도체기업인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AMD), 통신기기 제조업체 모토로라, 미국 남부지역 은행 리전스파이낸셜 등 12개 회사는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기준을 충족하면 임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급여 기준을 삭제했다. 농기계 제조업체인 존디어는 지난 16일 사회·문화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행사와 소수자 할당제, 성 중립적 대명사 정책(그/그녀 대신 '그들' 등을 사용하는 정책)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랙터서플라이는 지난달 다양성 관련 직책을 모두 없앤다고 발표했다.

컨퍼런스보드와 이에스게이지(ESGauge)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DEI 지표를 임원 보수 기준에 포함한 비율은 2021년 52%에서 2023년 75%까지 오른 뒤 지난 6월 66%로 감소했다. 미국 상장사 시가총액 1000~3000위 기업에서 DEI 관련 주주제안은 지난 1~5월 기준 지난해 10건에서 올해 2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1건에 불과했던 반ESG 주주제안은 올해 8건으로 급등했다.
러셀3000지수 소속 기업(미국 시가총액 1000~3000위 기업)에서 지난 1~5월 DEI 관련 주주제안은 작년보다 2배 늘었다. 이중 반ESG 관련 제안은 1개에서 8개로 늘었다. /ESGauge
이러한 움직임은 보수 성향 자본이 주도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설립한 자산운용사 스트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스트라이브는 반(反) 사회·환경·지배구조(ESG) 행동주의 투자사를 자처하며 디즈니, 넷플릭스 등과의 경영권 대결에 참전하고 있다. 스트라이브는 AMD·모토로라가 DEI 기준을 삭제할 때도 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DEI·ESG 등은 오히려 재무 성과를 깎아 먹는 정책이라는 게 스트라이브의 주장이다. 매트 콜 스트라이브 CEO는 "경영진이 개선되지 않고 종종 재무 성과를 저해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받을 때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올해 몇몇 대담한 기업들이 DEI·ESG 기준에서 벗어나 경영진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개선했고 더 많은 기업이 그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