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애덤 스미스가 글을 다 태우라고 한 이유 [서평]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내가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을 가장 훌륭하고 가장 완벽한 상태로 남기고 가는 일인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1723~1790)는 인생의 말년인 1788년 3월 15일 이런 문장을 썼다. 작가로서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스미스는 이미 발간한 책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추가 작업을 해 개정판을 펴냈다. 자신의 건강 대부분을 바쳐 <도덕감정론> 제6판을 준비했고, <국부론>도 제3판까지 작업했다. 그리고 그는 죽기 전 미발표한 자신의 글들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부탁하고 눈을 감았다. 이언 로스(1930~2015)가 쓴 <애덤 스미스 평전>엔 스미스가 남기고 간 글과 그의 가족, 스승, 친구와 동료 등을 비롯한 인생이 총 1236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기록돼 있다. 이 책은 스미스에 대해 1895년 존 레이가 출간한 평전 이후 100년만에 나온 평전이다. 체코, 프랑스, 영국 전역의 스미스에 관한 문서와 신문, 정기간행물, 서신 등을 연구했다.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된 판본은 로스가 2010년에 낸 제2판이다. 기록보관소와 다락방, 필사본, 서신 등을 샅샅이 뒤져 발견한 새로운 자료들이 추가됐다. 스미스가 쓴 대부분의 글은 그의 유언대로 소각됐지만, 1896년 옥스퍼드와 1953년 애버딘에서 추가로 발견된 스미스 제자들의 강의 노트와 편지 등도 이번 평전에 반영됐다.
스미스가 생전에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한 글은 <국부론>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쓴 <도덕감정론>이다. 모교인 글래스고대에서 윤리학을 강의하며 쓴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도덕적 삶이 공감에 달려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지키는 도덕적 규율은 타인에 대한 꾸준한 관찰을 바탕으로 은연중에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스미스는 작가로서 글의 내용뿐 아니라 문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의 간명한 문체를 '롤 모델'로 삼았다. 프랑스어 텍스트를 번역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익히는 것이 그의 작문 연습법 중 하나였다. <국부론>에 그의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가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비유가 꼭 알맞고 자연스러울 때만 사용했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 대표적인 예다.

친구 데이비드 흄을 비롯해 스승 프랜시스 허치슨, 경제 이론가이자 의사인 프랑수아 케네로 등 스미스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들 역시 평전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스미스는 흄을 일컬어 '단연코 당대의 가장 뛰어난 철학자이자 역사가'라고 했고, 둘의 우정은 말년까지 지속됐다. 글래스고대에 다닐 때 허치슨 교수의 가르침은 스미스의 경제학과 도덕철학의 기초가 됐다.

한 학자의 담론과 사상은 그의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살펴볼 때 맥락과 체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단순한 학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스미스에 천착한 이유다. 다만 스미스 삶에 대한 백과사전식 나열과 방대한 분량 등으로 일반 독자가 일독하기엔 쉽지 않게 느껴진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