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살길은 제조업 AI 전환뿐"…민·관 2조5000억원 투자

22일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출범

현대차, LG전자, 조선3사, 배터리3사 등
12개 산업 153개 기업, 기관 대거 참여
사진=연합뉴스
제조업 공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AI자율제조' 확산을 위해 현대차, LG전자, HD한국조선해양, 포스코 등 국내 대표 153개 기업·기관이 '기술 동맹'에 나섰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간 숙련공에 의존했던 공정을 AI 기반으로 첨단화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에서다. 정부는 이들 기업과 함께 2028년까지 전 산업에 걸친 200개 프로젝트에 나선다. 올 한해에만 1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민·관이 합쳐 2조5000억원 이상이 투자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 얼라이언스엔 제조업 12개 업종의 153개 기업, 기관이 참여한다.얼라이언스는 산업별로 12개 분과로 구성된다. 각 분과에는 업종을 대표하는 '앵커'기업과 이 기업과 함께 공급망을 구성하는 중견, 중소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 수로는 대기업이 21%, 중견기업이 23%, 중소기업들이 56%를 차지한다.
AI자율제조 얼라이언스 구성.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앵커기업으론 현대차, 기아, LG전자, 조선3사(HD조선,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포스코, 삼성디스플레이, GS칼텍스, 대한항공, LG화학 등 각 업계 대표 기업들이 총 출동했다. 참여 기업이 전체 제조업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40%에 달한다.

산업부가 주도한 이번 얼라이언스의 핵심 과제는 AI를 통한 우리 제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 경쟁력의 강화에 있다. 산업부가 추진한 올해 10대 과제에 213개의 수요가 접수됐다.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 민간 기업들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란 것이 정부 안팎의 평가다.이날 출범식에서 각 기업들은 업종 내 AI자율제조 확산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조선업을 대표해 발표에 나선 HD한국조선해양은 숙련공의 은퇴에 대비해 이들의 용접 노하우를 내재화한 AI자율제조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선박은 빌딩 규모의 거대한 제품이지만 개별 주문 생산 제작으로 부품 단계에선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특징이 있다. 선박 내 위치에 따라 제각각 다른 조립, 용접 기술이 요구된다. 이처럼 기술 적용 대상이 다양하고 부품 자체가 크다보니 자동화가 부진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여의도의 2배 규모에 달하는 조선업 야드에 AI자율제조를 도입해 고숙련 용접공의 용접 노하우를 내재화하고 생산 및 계획, 관리 등을 자동화하겠다고 밝혔다. AI플랫폼을 기반으로 용접공의 노하우를 학습한 용접 로봇이 AI기반 비전 인식을 통해 용접 부위를 정확히 인식해 최적의 용접 조건을 설정하는 식이다.LG전자는 본사 공장과 수직계열화한 협력사까지 AI자율제조를 연결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 보였다. LG전자는 자율제조 역량 집대성한 디지털 등대공장인 LG스마트파크 구축하고 층간 물류 자동화, 머신러닝 활용한 설비 이상 사전 감지, AI기반 품질 검사, 혼류생산 대응 부품 자동 공급 시스템 등을 개발한 바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이 같은 AI자율제조를 통해 LG전자의 생산성은 17% 향상되고 물류면적은 30% 감소했다. 이 같은 기술과 경험을 협력사 및 중소기업에게 전수해 밸류체인의 전체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번 얼라이언스의 흥행에는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기업과 정부 모두의 위기감이 반영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32년까지 한국이 1.9~2.1%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유지하려면 제조업에서만 13만7000명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3년 3657만명에서 2044년 2717만명으로 되려 줄어든다. 풍부한 숙련공 공급과 이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과거의 제조업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산업부는 하반기에 10개 프로젝트를 추가 모집해 올해부터 20개 프로젝트 진행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각각엔 과제당 최대 100억원의 예산이 지원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AI자율제조 확산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중 3000억원 규모의 대형 연구개발(R&D)과제도 기획한다. 여기에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기업들의 AI자율제조 관련 프로젝트에 대해 5년 간 10조원의 금융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을 통해 2030년 제조현장의 AI자율제조 도입률을 현재 5%에서 40% 이상으로 끌어올려 제조생산성을 20% 이상, 국내총생산(GDP)을 3% 이상 높인다는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제조현장의 AI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얼라이언스를 통해 대한민국 제조업 혁신의 대전환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