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우국원을 찾아온 ‘빅뱅’…“나의 우주 만나고 세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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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국원 개인전 ‘나의 우주; My Universe’모두가 꺾여도 홀로 우뚝 서 있다. 미술 시장 불황이 무색하게 ‘큰 손’ 컬렉터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우국원(48) 작가 얘기다. 2021~2022년 한국 미술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았을 때 떴던 30~40대 구상화가들의 작품값이 수직 낙하하는 와중에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우국원의 그림은 경매장과 아트페어에서 ‘억 소리’ 나는 고가에 팔린다. 이제 그의 작품을 사려면 ‘대기 번호’를 뽑는 게 필수. 당장 소장하고 싶어도 한국에 풀리는 작품이 적다며 볼멘소리하는 국내 컬렉터도 부지기수다.
탕 컨템포러리에서 8월 24일까지
우국원 “딸이 태어나고 작업 모든 부분 변해”
과거에서 미래로 넓어지는 우국원의 ‘우주’이런 그가 오랜만에 신작들을 선보였다. 서울 청담동 탕 컨템포러리에서 다음 달 24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나의 우주; My Universe’에서다. 30점에 달하는 작품을 걸었는데, 평균 크기가 100호 내외로 150호 이상도 더러 있는 대작 위주의 전시다. 일찌감치 전시장을 찾은 애호가들 사이에선 “그간의 작품을 뛰어넘는 S급 도상”이라는 감탄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몇 겹을 쌓아 올렸는지 가늠할 수 없는 두꺼운 마티에르와 촘촘한 질감 등 특유의 기법이 돋보인다는 평가다.전시장에 들어서면 일본의 전설적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에게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19세기 유럽 인상파에 영향을 준 다색판화 기법 우키요에(浮世絵)로 유명한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본뜬 ‘빅 웨이브(Big Wave)’가 대표적. 우국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삐뚤빼뚤 낙서한 듯한 짧은 문장이 포인트로, 성경 사도행전 27장 25절이 적혀 있다. 탕 컨템포러리 관계자는 “호쿠사이 시리즈는 성경 글귀를 먼저 눈에 담고, 여기서 받은 영감에 따라 페인팅 한 작품”이라며 “호쿠사이 작품이 동양과 서양의 예술을 아우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단 점을 생각하면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호쿠사이 시리즈’에서 다른 그림들로 눈을 돌리면 왜 전시를 ‘나의 우주’로 지었는지 알 수 있다.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우국원의 작품엔 캐릭터가 자주 나오지만, 이번 전시에선 거의 모든 그림에 기저귀를 찬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그가 2021년 얻은 딸을 형상화한 캐릭터다. “딸의 탄생은 내 인생에서 가장 거대하고 신비로운 사건”이라고 밝히는 우국원은 딸의 이름을 ‘우주’로 짓고, 딸에게 전할 메시지를 새롭게 화폭에 담았다. ‘나의 우주’는 자신의 그림 세계관과 딸 모두를 아우르는 마법의 단어인 셈. 3년 전 우국원의 개인전이 화가의 길을 걷는 데 큰 영향을 준 아버지 우재경 화백에게 영감을 받아 꾸려졌다면, 이번 전시는 자신이 영감을 줄 미래세대로 예술적 지평을 넓힌 것이다.‘프린세스(공주) 시리즈’는 이런 그의 넓어진 세계관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겨울왕국’의 엘사 등 디즈니 공주들의 초상화 아래 딸의 캐릭터가 책을 읽는 모습을 담은 작업이다. ‘그림 안의 그림’ 방식인데, 공주의 초상화는 ‘한국의 바스키아’라 불리던 10여 년 전의 우국원의 초기 회화의 분위기가 살아 있다. 오래된 기법과 요즘 추구하는 스타일이 공존하는 것. 우국원의 세계관이 과거에서 시작해 미래로 계속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이 세상 모든 딸을 위해 그려낸 작품들은 하나 같이 재치 있고, 섬뜩하면서도 사랑 가득하다. 크롬 작업이 인상적인 ‘친애하는 딸에게(Dear Daughter)’ 시리즈는 ‘만약 누군가가 너를 문다면, 바로 그들을 물어버려라’란 글귀와 함께 딸의 캐릭터가 커다란 호랑이를 물고 있다. 살면서 만날 고난을 대하는 ‘아빠의 노하우’를 직접 전달한 것이다. 미국의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수필집에서 소재를 가져온 ‘월든’ 시리즈는 세속적인 것에서 탈피하는 삶에 대한 메시지를 ‘잔혹동화’ 형식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우국원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심층 인터뷰는 아르떼매거진 8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유승목/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