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파리 올림픽 D-3…파리지앵만 아는 진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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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다시 열리는 친환경 파리 올림픽!2017년 페루 리마. “환경 보호를 위해 탄소배출을 최소한 줄여 올림픽을 진행한다”는 슬로건으로 파리가 2024년 하계 올림픽 개최 도시로 결정됐다. 지난 7년간 파리 시청과 프랑스는 친환경 올림픽 준비에 온 힘을 기울였다.
100년만에 센강 수영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탄소 배출을 최소한 줄여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는 생각지 못한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동반해야만 했다. 시내 교통 체증을 최소화하고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파리 시내에 가설 경기장을 짓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했다. 이런 저런 공사로 지난 몇 년간 파리의 공사장 수는 연평균 6000개가 넘었다고 한다.○택배도 자동차도 사라진 파리 시내
앵발리드 (Invalide), 콩코드 광장(Place de Concorde), 샹드막스(Champs de mars)등에는 가설 경기장과 관람석을 만들기 위해 지난 5월부터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인근 지하철역도 폐쇄됐다. 서울광장에 경기장을 설치하기 위해 남대문, 명동, 종로, 경복궁 쪽에서 진입하는 도로를 4-5개월간 모두 통제하고 인근 전철역도 운행 중지 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파리 도심 경기장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시청에서 QR 코드를 발급 받아야만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차량 통제로 택배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올림픽으로 큰 수익을 올리길 기대했던 상인들은 되레 걱정이 크다. 노천 테라스 카페 폐쇄, 차량과 보행자의 출입이 금지돼 손실이 큰 데다 경기장 인근 노천 재래시장은 올림픽으로 인해 160일간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상인들은 정부를 대상으로 영업 손실 보조금도 요구하고 있다.
7월 18일부터 오프닝까지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센강의 37개 다리 중 4개 다리만 QR코드 없이 통과가 가능하다. 서울에 비유하면 강북과 강남이 일주일간 사실상 두절된 셈이다. 올림픽 경기장 입장 통제와 안전을 위해 설치된 4만 4000개의 철망 때문에 관광객들은 유명 관광지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지하철과 대중 교통 요금이 2배 이상 오르기도 해 올 여름 파리 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들이 예약을 줄줄이 취소하기도 했다. ○선수촌에 감자튀김·아보카도 “아웃” 친환경, 탄소발생 수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선수촌에서도 볼 수 있다. 선수촌의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프렌치프라이 감자튀김 같은 튀긴 음식은 식단에서 제외됐다. 프랑스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푸아그라는 거위나 오리에게 강제로 사료를 먹여 간을 살찌우는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져 동물 보호 차원에서 제공되지 않으며, 재배 시 물이 많이 필요하고 대륙을 건너 수입되는 아보카도도 식단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탄소 발생수치를 줄이기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아 미국 등 여러 나라 올림픽 참가 위원단들은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걱정하여 각자 이동식 에어컨을 가져올 예정이라고 밝혀 친환경 정책은 보여주기 위한 가식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친환경 올림픽 준비 중 가장 큰 이목을 끈 프로젝트는 센강의 정화작업이다. 센강 오염의 주 원인인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5만㎥ 부피-올림픽 수영장 20개 규모-의 센강 수질 정화 시설 공사에 파리시는 무려 14억 유로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 지난 10일 오륜기가 설치된 에펠탑이 보이는 센강변에 센강 물을 판매하는 매대가 설치됐다. 한 병에 무려 10유로에 판매하다 경찰이 출동하여 두 시간 만에 철수되기도 했다. 올림픽을 이용해 관광객들에게 강물이 든 병을 기념품으로 판매하려는 것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프랑스 스트리트 아티스트 제임스 코로미나(James Colomina)의 퍼포먼스였다. 올림픽 3종 경기와 오픈워터 수영경기를 위해 센강 수질 정화시설 공사에 막대한 금액을 써버린 파리시청에 대한 비난과 경종을 울리기 위한 예술 행위였다고. “파리 홈리스들을 강제로 교외로 이동시키는 대신 그들을 위한 주택건축과 일자리 마련해 주거나 파리 시민들의 생활 환경 개선에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작가가 준비했던 50병 중 한 병이 판매되었는데 이는 영국 관광객이 구매했으며 작가는 혹시 몰라 절대 마시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했다고 한다.○1세기 만에 부활한 센강 수영…폭우 오면 못한대요
파리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go)는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올림픽 전에 센강에서 수영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매번 수질 검사 결과가 좋지 않고 폭우로 인한 강한 물살로 여러 차례 시범 수영을 미루어 왔다. 그러다 올림픽 개최 9일 전인 7월 17일 올림픽 조직위원회 대표인 토니 에스탕게(Tony Estanguet)와 시청 옆 센강에서 시범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박테리아 수치가 떨어져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만약 경기 2-3일 전 폭우가 오게 되면 물속의 박테리아가 수면으로 올라와 정화된 센강과 섞여 경기를 진행할 수 없어진다고 한다. 센강 수질이 영구적으로 정화된 것도 아니고 기후 변화에 좌우되기 때문에 많은 프랑스인들은 시범 수영이 단순한 정치적인 연출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파리 여시장이 수십 년간 오염됐던 ‘갓 정화된 강물’에서 래쉬가드를 입고 시범 수영을 하며 행복해하는 사진과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를 떠나 해변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파리지엔들의 비교 사진이 SNS에 올라 누리꾼들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센강에서의 수영 경기에 파리 시민들은 왜 이렇게 민감할까. 이제 바닷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비키니 수영복은 사실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탄생했다. 루이 레아르(Louis Réard)가 1946년 7월 5일 몰리 토르 수영장에서 선보였다. 비키니라는 이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핵폭탄 실험 장소였던 태평양 마셜군도의 비키니 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비키니! 첫 번째 핵폭탄”이라는 광고 슬로건으로 비키니가 핵폭탄과 같은 충격적인 파급력을 가져올 것을 예상한 작명. 여성들이 배꼽을 내놓은 최초의 수영복을 만들고 뛰어난 마케팅으로 성공해 패션 역사에 기록됐다. 센강에서의 수영은 100년 전 1923년에 금지됐었다. 1990년에도 당시 파리 시장이던 자크 시락(Jaquee Chirac)이 센강에서 수영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실패했다. 현 시장은 올림픽 이후 2025년 센강에서 파리 시민들이 수영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올림픽으로 인해 파리 시민들이 감수해야 했던 불편함과 불만을 완전히 잊을 만큼 센강의 멋진 개막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내년 여름엔 비키니 입고 센강에서 수영하는 파리지엔느들을 볼 수 있게 될까.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이 친환경 올림픽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리=정연아 칼럼니스트
정연아= 33년째 파리에 살고 있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 루이 까또즈 프랑스 법인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패션 비즈니스 분야에서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