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학자 "트럼프 당선 시 한미일 군사협력에 일부 변화"

옌쉐퉁 SCMP 인터뷰서 "美, 가자·우크라전 개입했는데 동아시아서 도발하겠나"
"트럼프, 대만 문제에서 바이든보다 더 나가지 않을 것…미중, 경제대립 심화"
중국 내 국제관계 분야 대표적 석학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미중 간 경제 갈등은 커지겠지만 대만해협을 둘러싼 전쟁 가능성은 작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22일 보도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가운데 누가 이기든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중미 관계의 일반적 추세는 지속적 악화"라며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양자 관계는 기본적으로 지금과 같은 경로로 가겠지만, 트럼프가 이긴다면 중미 경제 대립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옌 원장 인터뷰는 바이든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에서 전격 사퇴하기 전에 이뤄졌다.

그는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바이든보다 더 크게 인상하면 중국은 분명히 자기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 제품 수입을 제한하면 중국은 미국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수입 제한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옌 원장은 "나는 트럼프가 대만 문제에서 바이든보다 더 나아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는 대만 독립에 더 기울어져 있고 트럼프는 항상 그가 냉전 이래 새로운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이것은 트럼프가 정말로 중국과 대만해협에서 전쟁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고, 그는 대만해협 전쟁 예방에 관한 한 바이든보다 더 신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옌 원장은 '한미일 군사 협력'에 관한 질문에는 "트럼프가 집무실을 차지하면 그 관계에도 일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가자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 상태인데 동아시아에서 세 번째 군사 충돌을 도발하는 게 미국에 좋은가"라고 되물었다. 옌 원장은 "미국은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곤경에 빠진 상태"라며 "그러니 트럼프가 왜 바이든의 정책을 따라 똑같은 곤경에 스스로 빠지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의 중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세계적인 미중 양극화'와 '미중 간 격차 확대·유지'를 답으로 제시했다.

옌 원장은 장기화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인해 동맹국들조차 거리를 두면서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은 감소하겠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반드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5년 동안은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와 민간 투자 때문에 미중 간 경제 격차가 더 커지고 이것이 국내총생산(GDP) 차이를 한층 벌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군사력 분야에서도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미국의 30% 미만인 데다 미국이 계속 전투 경험을 축적하고 있어 격차 축소가 쉽지 않다고 짚었다.

옌 원장은 그다음 5년인 2030∼2034년께가 되면 반세계화와 포퓰리즘 경향이 세계를 휩쓸어 미중 양국이 모두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기간 중국이 미국과 힘의 간극을 좁힐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더 벌어지는 것을 멈추는 건 가능하다"며 "가능은 하지만 중국이 미국보다 더 큰 정책 개혁을 해낼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부연했다.

옌 원장은 최근 북한·러시아가 밀착한 상황에 대해선 "북한의 경제·군사력이 너무 작아서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은 전장이든 경제 발전이든 국제적 영향력이든 매우 한정적"이라며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의 지원은 없는 것보단 낫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없고 러시아는 전쟁 중이므로 북한에 결정적인 대규모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북한·러시아에 있어 중국의 필요성은 북러 서로의 필요성보다 훨씬 크다"며 "북러 관계가 어떤 형태로 발전하더라도 북중·중러 관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