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슬로바키아, 러 원유 송유관 막은 우크라에 반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22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가 운반되는 송유관을 막은 우크라이나의 조처에 대해 유럽연합(EU)에 협의 중재를 요청했다.

씨야트로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씨야트로 장관은 집행위 중재를 통한 의미있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러시아 석유그룹 루크오일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린 뒤 지난주부터 루크오일이 수출하는 원유가 수송되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자국 내 구간을 차단했다.

이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장 육상 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벨라루스에서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하나는 독일까지, 나머지 하나는 우크라이나를 가로질러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 동유럽으로 원유를 수송한다.

다른 EU 회원국들은 EU 제재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부분 중단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대체 공급처 확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재 이행을 면제받아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 중이다. 헝가리는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특히 높아 우크라이나의 송유관 중간 차단으로 에너지 가격 인상 등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씨야트로 장관은 루크오일에서 받는 원유량이 헝가리 전체 원유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유라이 블라나르 슬로바키아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의 독자 제재가 러시아보다 슬로바키아와 EU에 더 큰 피해를 준다며 반발했다. 두 나라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러시아에 우호적인 정부가 집권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