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해리스 트레이드'…美서도 '정치테마주' 통할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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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6주 만에 최대폭 상승, 반도체주 반등'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4% 넘게 오르며 3대 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다. 엔비디아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뚫을 새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일각에선 IT(정보기술)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떠오르며 주가를 상승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 중국용 AI칩 출시 소식에 4.76%↑
러셀3000도 1.1% 오르며 '순환매' 흐름 끊어
짐 크레이머 "해리스 바이든보다 美 증시에 긍정적"
웰스파고 "정치 이벤트보다 금리·경제 중요" 반론도
엔비디아, 내년 2분기 중국용 반도체 출시
이날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8% 오른 5564.41에 거래를 마쳤다. 6주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나스닥지수는 1.58% 오르며 18000대를 회복했다. 다우종합지수는 0.32% 오른 40415.4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플래그십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20'로 명명된 이 칩은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 설계(아키텍처)인 블랙월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소식통들은 엔비디아의 중국 협력사인 인스퍼가 B20의 출시 및 유통을 담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선적은 내년 2분기에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4.76% 오르며 반도체주 상승세를 견인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 올랐다. AMD(2.83%) 퀄컴(4.7%) 브로드컴(2.36%) 등 미국 반도체 기업과 대만 TSMC(2.16%),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제조사 ASML(5.13%)도 상승 마감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기술주에서 빠진 돈이 증소형주로 몰리는 '순환매' 흐름이 이어졌지만 이날은 대형기술주와 중소형주가 같이 올랐다. 이날 러셀30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 오른 3170.97을 기록했다. '글로벌 블루스크린 대란'을 일으킨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주가는 지난 19일 11% 하락한 데 이어 이날 13.46% 떨어졌다. 6개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낮췄고 2개 증권사는 주식 평가를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이번 대란으로 인한 피해보상 소송과 신규 계약 감소 가능성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가 주식에 미치는 영향은? 월가도 '설왕설래'
최근 요동치는 미 증시를 두고 '정치 이벤트'가 주식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의견과 정치의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CNBC 간판 프로그램 '매드 머니'의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주식 시장과 미국 비즈니스에 절대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 생활을 했고 주 상원 의원을 지낸 만큼 테크 산업에 대해 훨씬 정교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빅테크 주가 상승도 '해리스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큰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민주당 승리 가능성과 같이 올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럴 크롱크 웰스파고 투자연구소 소장은 최근 빅테크 주가 하락이 공격적인 대중 무역 정책을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트럼프 트레이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대선이 주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왔다. 데이비드 반센 반센그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적, 미국 중앙은행(Fed), 지정학이 더 큰 동인이기 때문에 선거는 시장 고려 사항에서 3대 우선순위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웰스파고 투자전략 팀은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로 11월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후 시장이 '트럼프 트레이드'에 호기심을 보였지만 더 믿을 만한 촉매제는 미국 경제와 금리에 대한 견해"라고 일축했다. 최근 중소형주의 급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인세율 인하·규제 완화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에 대해 폴 크리스토퍼 웰스파고 글로벌투자전략책임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제품을 조달 및 선적 시기를 분산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토퍼 책임자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수출 관세를 인상하자 이전까지 S&P500 지수보다 높았던 러셀2000 지수 수익률이 뒤집힌 사례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선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선거 시즌의 이벤트에 기반한 분석은 일반적으로 불완전하고 변경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