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네를을 아시나요…모차르트의 누나이자 피아노 신동 [WSJ 서평]

여성과 피아노(Women and the Piano)
수잔 톰스 지음
예일대 출판부
304쪽│35달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겐 '난네를'이란 애칭으로 불린 누나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1751~1829)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궁전의 궁정악장이었던 아버지 레오폴드는 남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고, 둘 다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레오폴드가 두 명의 신동을 데리고 유럽 궁정 연주 투어를 돌아다녔을 때 초기에 실력을 더 인정받았던 건 난네를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10대가 되자 부친은 돌연 투어에서 그녀를 제외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난네를은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는 데만 집중했다. 모차르트가 편지에서 누나의 작곡 실력을 칭찬할 정도로 작곡에도 뛰어난 소질을 보였지만, 그녀의 작품 중 남아 있는 곡은 단 하나도 없다.

스코틀랜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가인 수잔 톰스는 <여성과 피아노: 50명의 역사>에서 난네를을 비롯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사에서 외면받은 피아노 거장들의 연대기를 다룬다. 이들은 음악원이 남성 전용이라는 이유로 입학할 수 없었던 시기나, 레퍼토리나 실력보단 성적 매력에 초점을 맞춘 비평가들의 지적을 견뎌내면서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해갔다.

저자는 베를린의 하프시코드 연주자였던 사라 레비(1761~1854)가 없었더라면 바흐의 주옥같은 곡이 묻혔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바흐의 작품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바흐의 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의 유일한 피아노 제자였던 레비는 자신의 살롱 콘서트에서 정기적으로 바흐의 작품을 선보였다. 조카인 멘델스존으로 하여금 1829년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지휘하도록 격려했고, 이는 바흐 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멘델스존의 누나인 패니(1805~1847)도 초기에 자신이 작곡한 작품을 동생 이름으로 발표하곤 했다. 그는 1829년 화가 빌헬름 헨젤과 결혼한 뒤에야 패니 헨젤이란 이름으로 전문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저자는 패니가 작곡한 뛰어난 실내악 작품과 멘델스존의 음악을 비교하면서 "남매 중 어느 쪽이 다른 쪽에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말한다.

마리아 시마노프스카(1789~1831)는 젊은 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 쇼팽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시마노프스카가 "에튀드, 발라드, 폴로네이즈, 마주르카, 녹턴, 왈츠 등 쇼팽과 동일한 형식의 곡을 그보다 앞서 작곡하고 연주했다"고 기록했다. 시마노프스카의 에튀드 중 일부는 쇼팽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미국엔 결혼 생활에 큰 영향을 받은 두 명의 저명한 피아니스트가 있다. 패니 블룸필드 자이슬러(1863~1927)는 가정적인 주부이자 어머니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도, 역동적인 연주 스타일로 북미와 유럽 전역의 청중을 사로잡았다. 에이미 비치(1867~1944)는 18세에 결혼할 당시 이미 거장급 연주자였지만, 1년에 한 번 자선 공연에만 설 수 있다는 남편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지금껏 소개한 이들은 책에 소개된 일부에 불과하다. 이 책엔 성별이란 장벽을 극복한 비범한 피아니스트 50명의 역사가 실려 있다. 오늘날 여성 피아니스트들이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만든 주인공들이다.

정리=신연수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다이앤 콜의 서평(2024년 6월 15일) 'Lives at the Keys'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