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비용 아닌 기회…미래가치 투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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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은 ESG와 관련한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면서 '증권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써나가고 있다. ESG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온실가스 감축 사업, 기후 채권 등 지속가능금융 영역을 국내외로 확장하고 있다.[한경ESG] 리더 /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김미현 SK증권 ESG지원부 이사 인터뷰 SK증권의 ESG 전략은 단연 눈에 띈다. 중소형 증권사로서 ESG도 중간 정도 성적을 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 2022년 과학 기반 감축 이니셔티브(SBTi) 가입부터 최초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보고서 발간, 2023년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 가입, 증권사 첫 녹색기후기금(GCF) 인증 기구 지위 획득까지 ‘증권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또 국내 녹색채권 주관 참여와 탄소배출권 장외거래 중개업무 및 자발적 시장조성자 참여, 해외 탄소배출권 사업 진출,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사업 참여 등 기후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미현 SK증권 ESG지원부 이사는 다수의 IT 기업을 거치고 지속가능경영으로 이름난 러쉬코리아 브랜드 비즈니스를 총괄하다 지난 2022년 SK증권에 합류했다. 김 이사가 합류한 후 SK증권의 TCFD 보고서 출간 등 굵직한 ESG 활동이 나왔다. 단기 성과에 급급한 일반적 증권업계와 달리 ESG와 관련한 기회를 높이 사고 성과가 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SK증권만의 기업 문화가 ESG로의 방향성을 갖고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고 김 이사는 강조했다.
SK증권이 ESG 부문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왜 그런가요.
“SK증권은 매우 오래전부터 사업 기회 관점에서 ESG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세계경제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ESG 경영 혹은 ESG 투자를 리스크로 볼 수도 있지만, 기회로 볼 수도 있습니다.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세상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할 때 리스크테이킹을 하고 만들어지는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잡는 걸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이죠. ESG 채권에 선제적으로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고, 기후 금융도 신사업으로 시작하도록 물심양면으로 기회를 주었습니다. 배출권시장에서의 자발적 시장조성자 참여도 시장가가 떨어지면 실적 감소로 이어지는데도 놓지 않고 가져가고 있습니다.”ESG 투자는 장기적 측면이 있어 사실 단기 수익을 목표로 하는 증권사엔 쉽지 않을 텐데요.
“금융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고민이 ESG가 비용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ESG 관련 투자는 이익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크다는 기대가 적기 때문에 왜 해야 하는지, 왜 선점해야 하는지 내부적으로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금융투자업에서는 사실 단기적 이익이 매우 중요하고요. SK증권은 단기 성과만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 문화가 있고, 성과가 날 때까지 어느 정도 기다려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안 제시 없이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고, 확실한 비전이 있다면 치고 나가는 것을 밀어주는 부분이 있죠. 회사에서 견뎌줄 의지와 실행해내는 힘의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ESG를 비용이 아닌 기회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봅니다.”
최근 SK증권을 리스크 관리(CRO) 부문 대표들이 이끌고 있는 것도 독특합니다. “최근 리스크 관리 부문을 대표님들이 이끌면서 SK증권이 ESG를 포함해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 방점을 찍었다고 봅니다.(웃음) 경제 상황이나 투자시장을 봐도 그렇고,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대외뿐 아니라 대내를 보더라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시작했고, 책무구조도도 7월부터 증권에 적용되는데요. 이런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톤 세팅을 하는 역할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돋보이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SBTi 탄소 감축목표 승인, TCFD 보고서 발간 등에 최초 타이틀이 많습니다.
“2022년 SBTi 감축목표 승인을 단일 증권사 최초로 받았는데요. 감축 승인을 받기 위해 직접배출량과 간접배출량(스코프 1+2)뿐 아니라 투자기업의 배출량인 스코프 3 금융배출량을 산정했습니다. SBTi 감축 승인을 받고 보니 이 정도면 TCFD 보고서를 못 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보고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SBTi 승인을 11월에 받자마자 준비해서 그해 12월에 TCFD 보고서를 낼 수 있었습니다. TCFD 보고서에는 스코프 3 금융배출량 및 감축목표와 함께 ESG 기회 관리 등에 대한 전략을 심화해서 담았습니다. TCFD 보고서를 내고 보니 중대 이슈도 이중중대성 평가를 해보자, 의기투합했어요. ESG 경영을 TCFD 말고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유엔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 등 다양한 기준으로 어디까지 매핑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기존 금융배출량 산정식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한 뒤 그다음 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까지 내게 되었습니다.”
스코프 3 배출량을 산정하는 데 어려운 부분은 없었습니까.
“사실 사무실 기반인 업 특성상 스코프 1·2 배출량은 거의 없습니다. 금융이 ESG 공시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금융배출량인 스코프 3입니다. 어렵긴 하지만, 이번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내면서 산정식을 조금 더 개선했는데요. SBTi에서 승인받은 것보다 더 높게 잡힐 수 있어도 정확하게 측정하겠다는 의지로 개정된 방식으로 산정한 스코프 3 배출량을 담았습니다. 저탄소 경제에 금융투자기관이 어떻게 기여하는지 보면 스코프 3 금융배출량 공시입니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고 녹색금융 및 투자 부문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6월에는 IFRS S2 기준에 맞춘 기후 공시까지 처음 내놓았습니다.
“2022년 초 IFRS S1(일반 공시)과 S2(기후 공시) 초안이 나왔고, 지난해 초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기준위원회(KSSB)를 출범하는 시점에 이전의 TCFD 기반 보고를 더 업그레이드하자는 욕심을 냈습니다. IFRS 기준을 제정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 TCFD도 통합되었고, KSSB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전처럼 TCFD 보고서를 내기보다는 IFRS S2 기준에 맞춘 기후 공시를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죠. 우리의 공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이번 IFRS S2 보고서에서는 K-택소노미에 따른 녹색 활동을 공개했습니다. SK증권은 녹색투자를 그린뿐 아니라 시장성과 투자수익률(ROI)을 보고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곳은 기후와 관련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K-택소노미에 따른 금융의 녹색투자가 아직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요.
“맞습니다. 그래도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투자 기회 스크리닝이 됐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봅니다. 이번 IFRS S2 보고서에 공개한 SK증권의 K-택소노미에 따른 녹색경제 활동이 전체의 0.34%인데, 대형 증권사도 저희보다 적은 곳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수신 기능이 있어 투자금액이 크고 장기 운영할 수 있는 금융사들이 0.4~0.5% 정도입니다. 녹색 비율이 워낙 낮기에 증권사들이 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분도 있지만, 인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녹색투자가 실적이 되기도 하고요. 알아야 또 그 분야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K-택소노미 실적도 조직의 KPI를 설정하는 데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 전환 금융은 어떻게 돕고 있습니까.
“SK증권이 탈석탄 투자 지침을 만들고 예외 사항을 두었는데요. 첫째로 국책사업에 대한 투자와 둘째로 최근 12개월 이상 에너지 전환이 뚜렷하게 시작된 기업은 예외입니다. 여기에 대해 지적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전환 금융은 안 합니까?’라고요. 한국의 고탄소배출 부문 기업이 해외에서 탄소를 상쇄하기 위한 움직임이 대단합니다. 국내 금융에서도 뒷받침되어야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예외 조항을 통해 에너지 전환 시도가 뚜렷하게 시작된 기업에는 전환 금융을 마련해주려 합니다.”
SK증권의 구체적 기후 금융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
“기본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회를 사업화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오폐수처리 시장과 삼림(임업), 갯벌의 재생 등도 포함됩니다. 또 재생 플라스틱과 관련된 소재에 대한 주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관련 기술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기후변화를 줄이거나 멈추는 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나 산업 전체를 포괄합니다. 이런 기회에 있어 투자 제안을 받고, 고객에게 프로젝트와 관련한 중개·주선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 금융을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금융 내 기후 금융이 하나의 분야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발도상국을 돕는 글로벌 기후 프로젝트에 참여한 실적도 있습니까.
“이번에 민간기업으로는 처음 녹색기후기금(GCF)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는데, GCF가 UN에서 가장 큰 기후 자금입니다. 산업은행이나 KOICA 같은 곳만 인증 기구로 승인받았는데, 승인 절차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우리도 이번에 승인받는 데 수년이 걸렸습니다. 아주 상업적인 이득보다도 GCF기금, 여러 개발은행과 산업은행 등 자본을 프로젝트화해 개발도상국의 ESG를 돕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면 범지구적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SK증권은 아프리카에 도입한 쿡스토브 사업을 벌여왔고, 그 덕분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청정개발체계(CDM) 사업 등록과 함께 유엔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UN CTCN), SBTi, TCFD,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금융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한 탄소회계금융협회(PCAF), 유엔환경협약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으로 가입해왔습니다. 그동안의 노력과 우리의 투명성과 진정성을 인정해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ESG 위원회와 ESG 협의체는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SK증권은 거버넌스 부문에서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네 분 중 세 분이 사외이사고, 한 분이 기타비상무이사입니다. IFRS S2 보고서에서도 그런 부분을 잘 정리해놓았습니다. 기업에서 ESG 내재화를 위해 ESG 협의체를 만드는데, 우리는 실무 협의체로 ‘ESG 스페셜리스트’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이사부터 사원급까지 전사 모든 사업부에서 성비까지 고려해 직접 구성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둘째 주 런치 타임에 모여 기후와 ESG에 대한 세미나와 교육을 합니다. 예를 들어 우유팩을 헹궈 보내면 재생 화장지로 돌아오는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ESG 스페셜리스트의 도움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사에서 ESG 위원회 산하로 ESG 추진과 지원을 담당하는 우리 조직, ESG 스페셜리스트 교육과정이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최근에 내부 조직개편에서 ESG 부문에 더 힘을 실어줬다고 들었습니다.
“7월 8일자로 조직개편이 있어 이사회 사무국 소속 ESG추진실에서 경영지원 부문 산하 ESG지원부로 옮겨지며 권한과 볼륨이 더욱 커졌습니다. 경영지원조직에 통합되면서 HR, 총무조직까지 품게 되어 ESG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ESG추진실은 저를 포함해 3명이었는데, ESG지원부 인원도 9명으로 늘었고요. 조직개편 이전에는 전략조직이었다면, 이제는 실행조직이 붙어 물리적이고 구체화된 전사 ESG 내재화와 실제 전사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송 측면에서 전기차를 고려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앞으로 ESG와 관련한 전략과 실행은 어떻게 해나갈 생각입니까. “우리가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ESG에 조금 더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일 뿐 선진 금융시장의 투자사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세부적으로는 사내 다회용품 도입, 전국 지점의 일반인 대상 금융 교육 강화 등을 고려 중이고요. 거시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ESG와 관련한 플레이어로서 사업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에 글로벌사업부 대표님도 새로 영입되셨고요. 최근에 태국 증권거래소 멤버나 캄보디아 총리 및 정부 관계자도 예방했습니다. 우리가 ESG를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시작한 데다 성공 사례도 만들었고, 구력이나 맨파워도 갖췄기에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저와 우리 팀의 역할은 SK증권이 글로벌에 소개될 때 좀 더 단정한, 신뢰할 수 있는 명함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