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전세사기'로 보증금 15억5천만원 가로챈 임대인 징역 5년(종합)

피해자 대부분 20·30대 청년층·신혼부부…대책위 "가해 임대인 엄벌 필요"
신탁회사에 넘긴 다세대주택을 자신 부동산인 것처럼 속여 10억원이 넘는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40대 임대인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2월∼ 2022년 9월 대구 북구에 자기 자본 없이 다세대주택을 지은 뒤 채무 담보를 위해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넘겨주고도 마치 자신이 소유자인 것처럼 17가구(39명)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전세 보증금 15억5천만원가량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신탁회사 소유로 등기된 부동산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신탁회사와 우선수익자(금융기관)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A씨는 20·30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등이 대부분인 피해자들이 신탁 관련 법리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불법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A씨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언급하며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회복도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이날 법원 판결을 두고 "검찰 구형량보다도 적다"는 등 불만을 나타내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전세 사기 피해 대구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차보증금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희망까지 빼앗긴 피해자들 일상 회복을 위해 가해 임대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전세 사기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