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지은 아파트 무조건 피해라"…경고 나온 이유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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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잿값 급등에 빼돌리기?…"사실상 불가능""2020~2021년 지어진 아파트는 거르는 것을 추천한다. 자잿값이 폭등해 철근이 10개 들어갈 것을 6~7개만 넣는 등 엄청나게 아껴서 지었다. 그렇지 않으면 하청업체들이 공사를 진행할 수 없으니 감리도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 분위기였다."
코로나·현장 급증에 '베테랑' 부족…"품질 저하"
이는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누리꾼이 2019~2022년 짓기 시작한 아파트에 대해 제기한 의혹의 요지입니다. 통상 아파트 분양 후 2년 만에 입주하는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인 2019~2022년 착공 아파트 단지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서 재차 부실 우려가 확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코로나19 시기 짓기 시작한 아파트를 피하라는 이유 중 근거로 제기되는 요인은 바로 자잿값 폭등입니다. 각국 유통망이 얼어붙자 당시 자재 가격이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물가 상승이 급격하게 이뤄진 점도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렸습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멘트의 원료인 유연탄은 t당 가격이 2020년 3월 71.94달러에서 2022년 3월 256달러로 256% 상승했습니다. 당시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C&E는 시멘트 가격을 t당 7만8000원에서 9만800원으로 15.2% 인상했습니다. 철근 역시 같은 기간 t당 가격이 75만원에서 112만원으로 49%, 철스크랩도 63% 42만5000원에서 69만4000원으로 63% 급등했습니다.가격이 오르자 자재 수급이 어려워졌고 아파트를 지을 때 자재가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다는 게 의혹의 논리입니다.하지만 업계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들어가는 자재를 빼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은) 1970~1980년대 자재 관리 등을 주먹구구로 할 때나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대형 건설사가 맡아서 진행하는 현장에서 자재를 빼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대형 건설사가 짓는 현장에서 붕괴사고 등이 일어나면서 이런 종류의 소문이 더 확대된 것이라고 본다”며 “하청업체부터 현장 감리까지 모두 한 통속이 돼야 하는데 누가 이런 위험 부담을 떠안고 가담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인력 부족 현상으로 아파트 품질이 좋지 못하다는 주장도 당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하지 말라는 주장이 든 근거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19라는 강력한 감염병은 사람의 이동을 막았습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숙련된 노동자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해 아파트 품질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로 꼽힙니다.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고 지적합니다. 2019~2021년 주택 계약액(수주액)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2020년까지 주택 수주액이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아파트를 짓는 현장이 많아졌다는 얘기입니다. 현장은 늘어났는데 인력이 따라 늘지 않다 보니 아파트 품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단 지적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간에 만들어야 하는 물량이 늘어난 만큼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기능 인력 등의 규모가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집값이 급등하면서 ‘가격’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품질’에는 관심이 덜해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아무래도 집값이 치솟는 시기라 가격에 더 민감했지, 품질 등에는 오히려 소홀했던 시기였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관리·감독이 소홀해졌고 이 역시 품질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하자와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해 준공이 임박한 전국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불시 점검에 나선다고 이달 발표했습니다. 3~4개월 내 준공을 앞둔 신축 단지가 주요 점검 대상이 될 전망입니다.
앞서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 5월 22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중 준공이 임박한 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전국 23개 단지에서 1000여 건의 하자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