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 퇴직하라고?" 불만 폭발…꿈쩍 않더니 '결단' 내렸다

중국, '강제 정년 퇴직' 손본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전 세계 최저 수준인 정년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노동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약 70년 전에 법으로 정한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다. 남성과 여성 정년이 최대 10년까지 차이나고 있어 성평등에도 어긋난다는 국제 사회의 지적까지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폐막한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결정문에 법정 정년을 점진적으로 늦추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고정된 법정 연령을 없애고 탄력적인 정년제를 실시하겠다는 의미다. 중국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정년 연장 의지를 밝히고 관련 원칙을 명시한 건 처음이다.

중국의 현행 정년 제도는 남성 60세, 여성 50세다. 여성 간부의 경우 5년 더 일할 수 있지만 간부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55세까지 정년을 채우는 여성은 거의 없다. 중국의 정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2021년부터 기업에 70세 정년을 권고하고 있다. 스페인과 독일은 현재 65세인 정년을 67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별도로 정년이 없다.

중국의 정년이 다른 국가에 비해 최대 20년까지 낮은 건 1950년대 정년이 법제화된 후 별다른 개혁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엔 기대여명이 낮았고, 1인당 자녀 수가 평균 6명에 달해 여성의 상당수가 40대 후반에 은퇴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49년 신중국 건국 때 기대여명은 35세였지만 지금은 77세로 늘어났다”며 “중국 주요 도시의 국가 연금 기금은 오는 2035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정년을 연장하고 남녀 간 정년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지적에도 꿈쩍 않던 중국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건 노동력 부족 때문이다. 중국 인구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감소세다. 연간 출생 인구도 1000만명을 밑돌고 있다. 중국 내 노동 인구와 총 인구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연일 나오면서 중국 정부도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정년 관련 일률적인 접근 방식을 폐지하고 국제 사회의 기준에 보조를 맞추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각 세대와 계층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정년 개혁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SCMP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이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며 “50세 이후 임금은 낮게 유지되고 성장 잠재력도 제한돼 빨리 은퇴하고 연금을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극심한 실업률에 고전하는 청년층도 정년 연장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반기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