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쇄신·성장 '급브레이크'…SM엔터와 협업도 올스톱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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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시총 1조7000억 증발카카오가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김 위원장 주도로 진행하던 경영 쇄신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올 하반기 카카오가 기대한 SM엔터테인먼트와의 사업 협력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檢 "SM 주가 시세 조종 관여"
하이브의 공개 매수 방해 혐의
金 "불법 없었다" 항변에도 구속
경영 쇄신 컨트롤타워 사라져
SM과 英아이돌 론칭 방송 타격
대형 M&A·IPO도 차질 불가피
계열사 주가도 줄줄이 하락
카카오 “정신아 중심으로 공백 최소화”
한정석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연 뒤 “증거 인멸과 도주 염려가 있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23일 발부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고자 주가 시세를 조종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조종 작업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23일 김 위원장에게 조사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카카오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18일 카카오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은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무고함을 강조한 것과 정반대 결과가 나와서다. 당시 김 위원장은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며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도 SM엔터 인수와 관련해 같은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카카오는 경영 쇄신의 구심점도 잃었다. 사법 리스크 해소에 힘쓰던 그룹 총수가 되레 구속 수사를 받는 처지가 돼서다. 카카오는 주가 조종 혐의, 임원 주식 처분 등이 논란이 되자 지난해 11월 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김 위원장은 직접 이 위원회를 이끌면서 자율 경영 체제를 중앙 집중 체제로 재편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지난 1월엔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 카카오는 “현재 상황이 안타깝지만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엔터 협업 추진도 ‘미궁’
우여곡절 끝에 인수한 SM엔터와의 협업 시너지도 안갯속이다. 올 하반기 협업 성과가 나타나려는 상황에서 악재가 터져서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의 북미 법인을 합치고 하반기 활동을 목표로 영국에서 남성 아이돌 그룹을 준비해왔다. SM엔터의 아티스트 기획력과 카카오의 콘텐츠 유통 역량을 합쳐 K팝 성공방식을 현지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남성 아이돌 그룹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방송이 영국 BBC 편성에 이미 잡혀 있다”며 “이 때문에 카카오가 속도 조절을 하기에도 모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다른 계열사의 협업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SM엔터 아티스트를 활용한 게임인 ‘SM 게임 스테이션’을 하반기 전 세계에 출시하는 게 목표다. SM엔터 관련 수사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와 같은 굵직한 의사결정도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카카오그룹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카카오는 5.36%(2200원) 떨어진 3만885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페이(-7.81%), 카카오게임즈(-5.38%), 카카오뱅크(-3.79%), SM C&C(-3.25%) 등 계열사 주가도 급락했다. 카카오 10개 그룹사의 시가총액은 34조6710억원으로 1조7120억원(4.7%) 줄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