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갤러리형 수장고, '이건희 기증관'처럼 꾸민다

기증 작품 전용 전시관 조성
글로벌 거장이 설계…4년뒤 개관
서리풀 수장고에 마련될 ‘보이는 수장고’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028년 개관을 목표로 설계 중인 갤러리형 수장고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에 작가 후손들이 기증한 작품을 전시하는 전용관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서울시립미술관 등 공공 미술관 및 박물관에 보관 의뢰가 들어온 근현대 작가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초구 서리풀공원 인근 옛 국군 정보사령부 부지에 공공기여 형태로 지어지는 수장고에 전용 기증관을 조성하기로 했다. 시가 운영 중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에 작품 보관 요청을 받은 근현대작가 작품과 유족 기증품을 받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품을 상속받은 후손들은 시민들이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종종 기증한다”며 “시 산하 박물관·미술관과 협력해 기증품을 빛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기증관은 작가 또는 수집가의 유족이 국가 및 기관에 기증한 작품을 보존하는 곳이다. 송현열린녹지광장에 조성될 예정인 ‘이건희 기증관’이 대표적 사례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나눠 기증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컬렉션(약 2만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도 기증관이 있다. 2005년부터 기증자별 전시실이 운영되고 있다. 고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해 부상으로 받은 그리스 청동 투구(보물)와 이근형 기증 ‘이항복 필 천자문’ 등이 전시돼있다. 이근형 씨는 이항복의 15대 종손이다.

서리풀 수장고는 소장품과 미술품의 복원 과정까지 100% 공개하는 곳이 될 전망이다. 소장품의 5% 정도만 공개하고 창고에 넣어두는 일반 미술관, 수장고와 달리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작품을 잘 보존하면서도 대중에게 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장고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하역실에서 이뤄지는 작업 등도 모두 공개된다.서리풀 수장고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시의 개방형 수장고 ‘데포 보이만스 판뵈닝언’을 참고해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영국 근현대 미술박물관인 테이트모던갤러리를 디자인한 헤르조그 앤 드뫼롱에 설계를 맡기기로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