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플랫폼에 눈독 들이는 中 알리바바

에이블리 이어 발란에 투자 검토
패션 콘텐츠·경쟁력 강화 목적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패션·명품 플랫폼과 투자를 논의하며 한국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명품 플랫폼 발란과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등 외부 자금 수혈이 시급한 플랫폼 위주로 투자를 검토 중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지난해부터 발란에 수백억원 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방안을 의논하고 있다. 먼저 러브콜을 보낸 건 알리바바다. 지난해에는 알리바바 관계자들이 발란 사옥을 방문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와도 1000억원대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몇 년 전 무신사에도 투자 의향을 내비쳤으나 무신사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가 최근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은 수년간 적자를 이어왔다. 발란은 시장 점유율과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탓에 적자가 계속됐다. 올해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서 연간 흑자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33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에이블리도 2018년 창업 이후 2022년까지 수익을 내지 못했다.업계 관계자는 “보통 플랫폼은 판매 데이터 유출을 우려해 중국 자금을 투자받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해 외부 투자가 절실한 플랫폼을 위주로 투자를 제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리바바가 국내 패션·명품 플랫폼에 투자하려는 데는 이들의 콘텐츠를 활용해 자사 e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선식품과 공산품보다 패션 카테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명품 사업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는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에도 투자한 만큼 명품에 관심을 보인다”며 “명품 소싱을 잘한다고 알려진 발란 등 국내 병행 수입 업체의 역량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일각에선 알리바바가 국내 플랫폼에 투자하려는 이유가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