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그룹 유동성 악화 "위시 인수가 기폭제"…자금 마련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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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티몬 등 정산 지연 해결하러 한국 들어와
큐텐 계열사 국내 파트너사 6만곳…티몬·위메프·인터파크 연간 거래액 6조9천억원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큐텐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는 큐텐의 '위시'(Wish) 인수가 기폭제로 작용하는 등 무리한 인수합병 여파로 그룹 전반의 유동성이 말라가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티몬·위메프 등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2월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1억7천300만달러(2천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티몬·위메프 자금까지 끌어 쓰면서 유동성이 악화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보관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큐텐이 위시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 등 계열사 현금을 동원하면서 셀러들(판매자)에게 제때 정산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복수의 내부 관계자가 전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최근 한국으로 들어와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구 대표는 국내 최초 오픈마켓 G마켓(지마켓) 창업자로 이커머스 성공 신화를 이뤘다. 그는 2003년 인터파크 사내 벤처인 '구스닥'을 모태로 G마켓을 설립해 2009년 이베이에 매각했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51대 49로 합작해 싱가포르에 지오시스를 설립한 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을 내놓았다.
큐텐은 일본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2019년에는 인도의 오픈마켓 '샵클루스'도 인수했다. 이들 쇼핑몰 상품 배송을 위한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도 만들었다.
구 대표는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할 때 '한국에서 10년간 겸업 금지'를 약속했기에 해외에서 큐텐 사업을 벌였고, 이후 약속 기간이 끝나자 큐텐을 통해 국내 업체인 티몬과 인터파크,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했다.
2022년 9월 티몬, 작년 3월과 4월에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 2월 위시를 인수하고 3월에는 애경그룹 AK플라자의 온라인쇼핑몰 'AK몰'도 사들였다
구 대표가 잇달아 인수를 결정하자 업계에서는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한 '몸집 불리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잇달아 인수한 업체들의 재무 상태와 수익성이 모두 좋지 않다는 점이다.
티몬은 이미 201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2022년 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은 1천309억6천여만원인데, 유동부채가 7천193억3천여만원에 이른다.
위메프의 작년 말 기준 유동부채는 3천98억원으로 유동자산(617억원)의 5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부터 큐텐 일부 셀러들이 정산 지연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지난 11일께 큐텐과 위메프에서 셀러들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선불충전금과 각종 상품권을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자 유동성 부족 때문에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쏠렸다.
결국 정산 지연사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티몬까지 번졌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이 22일을 기점으로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여행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또 백화점과 홈쇼핑 등 대형 유통사도 티몬과 위메프에서 차례로 발을 빼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인터파크 등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모두 6만곳이다.
이들 3개사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9천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형태의 이커머스 업체는 급히 현금을 수혈하려 해도 담보로 내세울 자산이 없다"며 "큐텐그룹이 중국과 같은 해외 소재 자산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셀러들에게 지급할 현금을 조기에 마련해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산 지연이 길어지면 셀러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고객이 상품 구매를 꺼리면서 자금이 더 부족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경우 티몬·위메프 등이 파산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파산관재인이 남은 자산을 관리하면서 매각을 추진해 투자자와 미수금이 있는 셀러들에게 자산을 배분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선 피해자들과 소송 등 분쟁이 다수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큐텐 계열사 국내 파트너사 6만곳…티몬·위메프·인터파크 연간 거래액 6조9천억원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큐텐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는 큐텐의 '위시'(Wish) 인수가 기폭제로 작용하는 등 무리한 인수합병 여파로 그룹 전반의 유동성이 말라가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티몬·위메프 등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2월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1억7천300만달러(2천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티몬·위메프 자금까지 끌어 쓰면서 유동성이 악화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보관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큐텐이 위시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 등 계열사 현금을 동원하면서 셀러들(판매자)에게 제때 정산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복수의 내부 관계자가 전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최근 한국으로 들어와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구 대표는 국내 최초 오픈마켓 G마켓(지마켓) 창업자로 이커머스 성공 신화를 이뤘다. 그는 2003년 인터파크 사내 벤처인 '구스닥'을 모태로 G마켓을 설립해 2009년 이베이에 매각했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51대 49로 합작해 싱가포르에 지오시스를 설립한 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을 내놓았다.
큐텐은 일본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2019년에는 인도의 오픈마켓 '샵클루스'도 인수했다. 이들 쇼핑몰 상품 배송을 위한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도 만들었다.
구 대표는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할 때 '한국에서 10년간 겸업 금지'를 약속했기에 해외에서 큐텐 사업을 벌였고, 이후 약속 기간이 끝나자 큐텐을 통해 국내 업체인 티몬과 인터파크,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했다.
2022년 9월 티몬, 작년 3월과 4월에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 2월 위시를 인수하고 3월에는 애경그룹 AK플라자의 온라인쇼핑몰 'AK몰'도 사들였다
구 대표가 잇달아 인수를 결정하자 업계에서는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한 '몸집 불리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잇달아 인수한 업체들의 재무 상태와 수익성이 모두 좋지 않다는 점이다.
티몬은 이미 201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2022년 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은 1천309억6천여만원인데, 유동부채가 7천193억3천여만원에 이른다.
위메프의 작년 말 기준 유동부채는 3천98억원으로 유동자산(617억원)의 5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부터 큐텐 일부 셀러들이 정산 지연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지난 11일께 큐텐과 위메프에서 셀러들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선불충전금과 각종 상품권을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자 유동성 부족 때문에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쏠렸다.
결국 정산 지연사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티몬까지 번졌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이 22일을 기점으로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여행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또 백화점과 홈쇼핑 등 대형 유통사도 티몬과 위메프에서 차례로 발을 빼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인터파크 등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모두 6만곳이다.
이들 3개사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9천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형태의 이커머스 업체는 급히 현금을 수혈하려 해도 담보로 내세울 자산이 없다"며 "큐텐그룹이 중국과 같은 해외 소재 자산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셀러들에게 지급할 현금을 조기에 마련해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산 지연이 길어지면 셀러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고객이 상품 구매를 꺼리면서 자금이 더 부족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경우 티몬·위메프 등이 파산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파산관재인이 남은 자산을 관리하면서 매각을 추진해 투자자와 미수금이 있는 셀러들에게 자산을 배분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선 피해자들과 소송 등 분쟁이 다수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