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피묻은 족적'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배심재판 열릴까

25일 첫 공판준비 절차…구속 28일 만에 피고인석 모습 드러낼 듯
"남녀 관계에 얽힌 계획 범행" vs "피살 현장 간 적도 없고 몰라"

사건 발생 20년 만에 유력 피의자가 구속기소 돼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피살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민형 지원장)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9·당시 39세)씨의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25일 오전 영월지원 제1호 법정에서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지난 17일 A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이 접수된 지 이틀 만인 지난 19일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해 이를 변호인에게 통보했다.

이로써 20년 전 유력 용의자였던 A씨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6월 28일)한 지 불과 28일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처음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신속한 공판준비 절차에 나선 것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하는지 A씨의 뜻을 법정에서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참여재판법상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지방법원 지원 합의부가 배제 결정을 하지 않으면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사건을 이송해야 한다.

A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고 재판부도 배제 결정할 명백한 사유가 없다면 이 재판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이 아닌 춘천지법 본원에서 진행된다.
유력 용의자에서 20년 만에 피고인이 된 A씨 재판의 쟁점은 사건 발생 시각 A씨의 알리바이 진위와 '99.9% 일치한다'는 피 묻은 족적의 증거 능력 여부다.

수사 초기 용의선상에 올랐던 A씨는 사건 발생 시각에 영월 미사리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면서 알리바이를 댔고, 당일 촬영한 물놀이 사진을 제출해 용의선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A씨를 구속기소 한 검찰은 이 사건을 남녀 관계에 얽힌 치밀한 계획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30대 중반 여성 C씨와 교제 중이던 A씨는 C씨가 영농조합법인 간사인 피해자 B(당시 41세)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범행을 계획하고 알리바이도 만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B씨 피살 장소에서 확보한 피 묻은 샌들 족적과 A씨의 샌들이 99.9%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한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의 10년여에 걸친 수사 결과를 송치받은 검찰은 3년 7개월간 보완 수사 끝에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A씨는 족적에 대한 감정 결과를 믿을 수 없고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피살 장소인 영농조합 사무실을 가보지도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B씨의 유족은 "한참을 돌고 돌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렸다"며 "시민 참여 배심 재판이든 일반 형사재판이든 참혹하게 숨진 형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싼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