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30년 전 '정식종목' 염원 이룬 곳…태권도, 다시 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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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프랑스협회 기술위원장 "태권도, 세계에 내놓은 우리 상품""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아직은 몰라요, 몰라. 조금 더 기다려봐요."1994년 9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의 산업기술센터.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던 센터 내 회의장 안팎을 한 남성이 분주하게 넘나들었다.
김종완(73) 프랑스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이었다.
IOC 집행위원이 아니지만 회의장에 들어갈 권한이 있었던 그는 수시로 밖으로 나가 동료 태권도인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김종완 위원장은 오후 6시 30분께로 기억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당시 세계태권도연맹(WTF, 현재는 WT)을 이끌던 고(故) 김운용 IOC 부위원장과 함께 나타난 사마란치 위원장은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고 발표했다.총회에 참여한 위원 85명 모두가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는 게 김운용 부위원장의 설명이었다.
건물 밖에서 애타게 총회 결과를 기다리던 태권도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김종완 위원장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1972년 국기원, 이듬해 세계태권도연맹이 창설됐지만 세계적으로 태권도는 낯설었다.
미주와 유럽에서 태권도는 행정상 가라테연맹의 한 분과에 불과했다.
태권도를 설명하려면 '코리안 가라테'라고 표현해야 했다.
우위가 뚜렷해 보이던 두 종목의 전황이 1994년 사마란치 위원장의 발표로 역전됐다.
태권도계는 2017년 세상을 뜬 김운용 부위원장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덕이라 본다.
물밑에서 위원들을 설득한 김운용 부위원장이 IOC 내 지위를 활용, 세부 프로그램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장 총회에 상정한 걸로 알려져 있다.
이 일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그래서 총회 기간 김운용 부위원장을 수행했던 김종완 위원장도 '첩보 작전'처럼 이뤄진 이 과정을 전부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김종완 위원장 등 미주, 유럽 등 각지에서 힘을 보태러 파리로 모인 태권도 사범들도 각자 역할을 했다.
22일 프랑스 루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종완 위원장은 30년 전만 해도 올림픽 편입을 원한 유사 종목 등 경쟁 세력이 세계연맹 체제 태권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퍼뜨리려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당시 '여론전'의 치열함이 아직 생생하다고 한다.
새벽이면 동료들과 IOC 위원들의 숙소를 찾아다니며 경쟁 세력이 문 앞에 뿌려놓은 '태권도 비하' 전단을 회수했다.이들은 IOC 인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고급 정장으로 멀끔히 차려입고 김운용 부위원장을 따라 파리 시내의 각종 행사를 쏘다녔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유세'를 펼쳤다.
루앙대에 적을 뒀고, 프랑스어에 능한 김종완 위원장이 이 같은 세계태권도연맹의 활동에 큰 힘이 됐다.
당시 고생깨나 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김종완 위원장은 태권도가 명실상부한 올림픽 스포츠로 뿌리내린 현실에 뿌듯해했다.
1980년대부터 태권도를 알리겠다고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의 한 공원에서 무작정 시범을 펼치곤 했던 김종완 위원장은 태권도의 '어려운 시절'을 잘 안다.
그 변곡점이 1994년의 제103차 IOC 총회인 셈이다.
김종완 위원장은 "태권도가 세계화된 이유도 결국 올림픽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유럽에서는 유도, 가라테 등의 위세가 강한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지 못했다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나온 태권도를 알릴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24년, 마침 태권도의 새 역사가 쓰인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정식 종목 채택 30주년의 중요성을 아는 세계태권도연맹도 8월 6일 태권도에 뜻깊은 도시인 파리에서 기념 행사를 연다.
김 위원장은 이번 올림픽까지 줄곧 정식 종목 지위를 지켜왔으니 이제는 유사 종목과 경쟁 구도도 끝났다고 본다.
그런 만큼 정식 종목으로 잔류한 데 안주하지 말고, 태권도의 변화와 발전을 꾀해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실제로 김종완 위원장은 조정원 체제의 세계태권도연맹이 추진한 각종 '개혁 조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판정의 공정성을 강화하려 전자호구 시스템·4D 리플레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종목의 확장성을 실험하기 위해 자유로운 복장으로 해변에서 품새를 펼치는 '비치 태권도'와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버추얼(가상) 태권도' 등을 도입했다.
김종완 위원장은 "태권도가 무도라고 하지만, 어쨌든 이제는 스포츠가 됐다.
스포츠는 흥미로워야 하고, 관중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물을 흔들면 골이라는 걸 아는 축구, 농구처럼 직관적으로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휩쓸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영구적으로 올림픽 종목으로 남으려면 태권도를 '한국만의 것'이라 주장하면 안 된다"며 "우리가 종주국임을 부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 외 영역에서는 어떤 나라든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태권도는 우리가 세계라는 무대로 당당하게 전시해놓은 상품이라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던 센터 내 회의장 안팎을 한 남성이 분주하게 넘나들었다.
김종완(73) 프랑스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이었다.
IOC 집행위원이 아니지만 회의장에 들어갈 권한이 있었던 그는 수시로 밖으로 나가 동료 태권도인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김종완 위원장은 오후 6시 30분께로 기억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당시 세계태권도연맹(WTF, 현재는 WT)을 이끌던 고(故) 김운용 IOC 부위원장과 함께 나타난 사마란치 위원장은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고 발표했다.총회에 참여한 위원 85명 모두가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는 게 김운용 부위원장의 설명이었다.
건물 밖에서 애타게 총회 결과를 기다리던 태권도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김종완 위원장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1972년 국기원, 이듬해 세계태권도연맹이 창설됐지만 세계적으로 태권도는 낯설었다.
미주와 유럽에서 태권도는 행정상 가라테연맹의 한 분과에 불과했다.
태권도를 설명하려면 '코리안 가라테'라고 표현해야 했다.
우위가 뚜렷해 보이던 두 종목의 전황이 1994년 사마란치 위원장의 발표로 역전됐다.
태권도계는 2017년 세상을 뜬 김운용 부위원장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덕이라 본다.
물밑에서 위원들을 설득한 김운용 부위원장이 IOC 내 지위를 활용, 세부 프로그램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장 총회에 상정한 걸로 알려져 있다.
이 일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그래서 총회 기간 김운용 부위원장을 수행했던 김종완 위원장도 '첩보 작전'처럼 이뤄진 이 과정을 전부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김종완 위원장 등 미주, 유럽 등 각지에서 힘을 보태러 파리로 모인 태권도 사범들도 각자 역할을 했다.
22일 프랑스 루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종완 위원장은 30년 전만 해도 올림픽 편입을 원한 유사 종목 등 경쟁 세력이 세계연맹 체제 태권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퍼뜨리려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당시 '여론전'의 치열함이 아직 생생하다고 한다.
새벽이면 동료들과 IOC 위원들의 숙소를 찾아다니며 경쟁 세력이 문 앞에 뿌려놓은 '태권도 비하' 전단을 회수했다.이들은 IOC 인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고급 정장으로 멀끔히 차려입고 김운용 부위원장을 따라 파리 시내의 각종 행사를 쏘다녔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유세'를 펼쳤다.
루앙대에 적을 뒀고, 프랑스어에 능한 김종완 위원장이 이 같은 세계태권도연맹의 활동에 큰 힘이 됐다.
당시 고생깨나 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김종완 위원장은 태권도가 명실상부한 올림픽 스포츠로 뿌리내린 현실에 뿌듯해했다.
1980년대부터 태권도를 알리겠다고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의 한 공원에서 무작정 시범을 펼치곤 했던 김종완 위원장은 태권도의 '어려운 시절'을 잘 안다.
그 변곡점이 1994년의 제103차 IOC 총회인 셈이다.
김종완 위원장은 "태권도가 세계화된 이유도 결국 올림픽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유럽에서는 유도, 가라테 등의 위세가 강한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지 못했다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나온 태권도를 알릴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24년, 마침 태권도의 새 역사가 쓰인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정식 종목 채택 30주년의 중요성을 아는 세계태권도연맹도 8월 6일 태권도에 뜻깊은 도시인 파리에서 기념 행사를 연다.
김 위원장은 이번 올림픽까지 줄곧 정식 종목 지위를 지켜왔으니 이제는 유사 종목과 경쟁 구도도 끝났다고 본다.
그런 만큼 정식 종목으로 잔류한 데 안주하지 말고, 태권도의 변화와 발전을 꾀해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실제로 김종완 위원장은 조정원 체제의 세계태권도연맹이 추진한 각종 '개혁 조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판정의 공정성을 강화하려 전자호구 시스템·4D 리플레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종목의 확장성을 실험하기 위해 자유로운 복장으로 해변에서 품새를 펼치는 '비치 태권도'와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버추얼(가상) 태권도' 등을 도입했다.
김종완 위원장은 "태권도가 무도라고 하지만, 어쨌든 이제는 스포츠가 됐다.
스포츠는 흥미로워야 하고, 관중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물을 흔들면 골이라는 걸 아는 축구, 농구처럼 직관적으로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휩쓸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영구적으로 올림픽 종목으로 남으려면 태권도를 '한국만의 것'이라 주장하면 안 된다"며 "우리가 종주국임을 부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 외 영역에서는 어떤 나라든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태권도는 우리가 세계라는 무대로 당당하게 전시해놓은 상품이라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