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소주 한 잔 하자'와 '맥주 한 잔 하자' 차이를 알겠냐 [서평]

AI 번역과 챗GPT로 완성한 이중 언어 책
소주와 맥주의 미묘한 차이까지 설명
'하객 알바'까지 깊이 있는 K 문화 해설
'깻잎'이 영어로 무엇인지 아는가. '꼰대'는? '주량'은? '파도타기'는? 아무리 영어 실력이 뛰어날지라도 이 단어들을 곧바로 영어로 번역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하지만, 동시에 외국인에겐 너무나 낯설고 독특한 문화를 설명해주는 'K 안내서'가 나왔다.

<K를 팝니다>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외국인과 한국인에게 동시에 설명하는 책이다. 총 20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는데, 같은 내용의 영문·한글 원고가 나란히 담겨 있다.
책을 완성한 과정이 흥미롭다. 원고지 900매 분량의 한글 원고를 인공지능(AI) 딥엘과 챗GPT를 활용해 번역했다. 저자는 처음 한글 원고를 쓸 때부터 영어 번역을 염두에 두며 작업했고, 딥엘이 바꿔준 영문 중 오류 몇가지를 다듬었다. 이를테면 '군만두'를 'military dumpling'으로 번역한 오류 등이다. 그리고 챗GPT와 대화하면서 더 그럴듯한 문장으로 바꿔갔다.

뻔하지 않은 한국 소개서다. 한국에서 자주 마시는 술로 소주를 소개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 책처럼 '소주 한잔하자'와 '맥주 한잔하자'의 뉘앙스 차이까지 설명하는 책은 흔치 않다. 맥주 한잔하자는 말은 '친교의 시간을 갖자'거나 '(그리 심각하지 않은) 할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지만, 소주라면 말이 달라진다. 소주 한잔하자는 말은 털어놓을 특별한 사연이 있다거나, 힘든 일이 있어서 취하고 싶으니 같이 취해달란 속뜻이 있을 수 있다.
챗GPT에 '소주 한 잔 하자'과 '맥주 한 잔 하자'의 차이를 물어본 결과.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소개한다. 들깨의 잎인 깻잎은 일본의 시소나 베트남의 고수와 비슷한 일종의 허브지만 우리나라에서만 먹는다. 콩나물도 한국을 제외한 나라에선 거의 먹지 않는다. 멜론과 비슷한 참외도 마찬가지다. 골뱅이, 낙지, 문어, 주꾸미 등도 있다.
먹거리나 놀거리 뿐 아니라 'K 문화'의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결혼식 '하객 알바'가 대표적이다. 결혼식에 참석할 손님이 너무 적은 경우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가짜 손님을 부르는 문화다. 아주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드문 일도 아니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배우 박소담이 과거에 결혼식 하객 알바를 많이 했었다는 대사가 나온다.
외국인보다 오히려 한국인에게 유용한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을 만났을 때 한국의 뻔하지 않은 모습을 소개하고 싶다면 이 책에 실린 영문 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