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객, 서울보다 경기도가 많다… 할리우드 ‘나비효과’로 티켓 값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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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2024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영화 ‘파묘’에 이어 ‘범죄도시 4’까지 올 상반기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하면서 침체됐던 극장가에도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재미난 점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영화 애호가가 몰리는 지역이 더는 서울이 아니라는 것. 인구 역전이 일어난 지 20여 년 만에 경기도가 서울을 제치고 영화 관람객이 가장 많은 지역에 올랐다.
영화 관람도 경기도가 대세영화진흥위원회가 23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총 6293만 명으로 전년 동기(5839만 명) 대비 7.8% 증가했다. 이 중 1629만 명으로 25.9%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한 경기도 관객 수가 1611만 명인 서울을 근소하게 앞서며 가장 많은 관객이 찾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2003년 처음 서울 인구를 역전한 이후 최다 인구 지방자치단체 타이틀을 지켜 왔다. 신도시 개발, 기업 이전 등의 영향으로 올해 6월 기준으로도 인구수 1366만여 명으로 936만여 명인 서울보다 430만 명가량 많다. 그러나 문화·여가 생활을 대표하는 극장 관객 수는 단 한 번도 서울을 앞지른 적이 없다. 영진위 측은 “극장 관객 수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경기도가 서울을 앞선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극장 접근성이 좋아진 데 따른 변화로 분석된다. 2009년 455개였던 서울의 스크린 수는 지난해 589개로 29.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경기도는 422개에서 910개로 115.6% 늘었다. 실제로 영진위의 지난해 발표한 ‘영화소비자 행태조사’를 보면 영화 소비자들은 ‘원하는 영화 상영 여부(83.9%)’에 이어 ‘집과의 거리 등 접근성(77.5%)’을 가장 중요한 극장 관람 선택 요인으로 꼽았다.다만 극장 매출액은 여전히 1633억 원을 기록한 서울이 여전히 경기도(1584억 원)를 앞섰다. 상반기 상영 편수가 673편인 서울이 464편에 그친 경기도보다 영화 관람 다양성이 높고,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상영관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할리우드 파업 나비효과, 평균 관람료 9000원대로
상반기 평균 영화 관람 요금이 9698원으로 집계된 것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2021년 상반기까지 1만원을 밑돌았던 평균 티켓 가격은 2022년 상반기 1만77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상반기엔 1만410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극장들이 관람료를 줄인상하고 제작비 상승까지 반영된 것으로, 영화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란 지적을 받았다. 최근 정부가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상반기 영화 평균 관람 요금 하락은 지난해 할리우드 파업의 나비효과다. 파업으로 영화 개봉이 줄줄이 밀린 탓에 올해 상반기 극장가엔 눈에 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없었고, 아이맥스와 4D 등 상대적으로 티켓 가격이 비싼 특수상영관 매출도 줄어든 것이다. 작년 상반기의 경우 흥행 10위권 영화 중 평균 관람 요금이 1만원을 넘어선 영화가 7편이었지만, 올해엔 ‘듄: 파트2’,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등 2편에 불과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국내 극장의 전체 매출액은 6103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4% 증가했다. 한국 영화의 매출액이 3583억 원으로 68.8% 증가했고, 점유율도 58.7%로 외국 영화보다 높았다. 그러나 ‘파묘’와 ‘범죄도시 4’를 제외하면 한국 영화 개봉작 중 관객 수 200만명을 넘은 작품은 한 편도 없는 등 흥행 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