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사태, 제도 미비가 화 키웠다"…정부는 '허둥지둥'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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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부처 긴급회의 열어 대응 마련 나서티몬·위메프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에 대응해 관련 부처들은 24일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책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업체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를 감독할 수 있는 명확한 수단이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업체의 환불 의무를 규정한 법안은 9월에야 시행될 예정이다.
e커머스·PG업체 감독할 수단 없어 '곤혹'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티몬·위메프 사태 대응 회의를 열었다. 금융당국은 판매자 및 소비자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들을 검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직원들도 당황한 상태여서 협조가 잘 안 되고 있다"며 현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내부 회의를 통해 대응책을 모색했다. 다만 사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관계부처 합동 회의는 열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티몬·위메프는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PG업체다. PG업은 소비자에게 물품·서비스 판매 대금을 받아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사업이다. PG업을 하려면 전자금융법에 따른 형식적 요건을 갖춰 금융위에 등록만 하면 된다. 당국의 심사를 거쳐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은행 등 금융회사와 다르다.
감독 범위도 좁다. PG업체에 대한 감독권은 주로 해킹 방지, 소비자 정보 보호 등 기술적 측면에 국한돼 있다. 재무 건전성을 살펴보고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금융회사와의 차이점이다. 이런 제도 미비 탓에 전자상거래업계에서 금융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2021년 8월 갑작스런 사용처 축소와 환불 거부로 2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머지포인트 사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선불충전금 보호, 가맹점(판매자)의 환불 의무 도입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지난해 8월 이런 내용의 전자금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은 오는 9월15일부터다. 게다가 개정법은 선불업자에 대한 규제 중심이어서 PG업에 대한 관리·감독 수단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판매자 정산 주기와 판매 대금 보관 방식은 전자상거래 업계의 대표적 입법 미비로 꼽힌다. 대기업 유통사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40∼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해야 한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에는 이런 법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정산 주기도 업체마다 다르다. 위메프는 상품을 판매한 달의 두 달 후 7일에 정산한다. 정산까지 두 달 이상 걸린다는 얘기다. 티몬은 거래월의 말일부터 4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한다.
판매 대금을 보관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업체들은 판매대금을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을 유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정부는 전자상거래 업계의 판매자 정산 주기와 대금 보관 방식, 규모 등에 대한 일제 점검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대금을 제3의 금융기관에 맡기는 '에스크로 정산시스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