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충제사건 열흘째 '분석중'…"주민 신의 무너질까 걱정"

주말 내성천 '봉화은어축제' 준비 한창…"아직 범인 안잡히니 의문"
"마을 사람들끼리 신의가 무너질까 봐서 걱정입니다. "
복날 살충제 사건이 일어난 지 열흘째인 24일 오후 1시께 찾은 경북 봉화군 봉화시장.
중복을 하루 앞두고 시장은 한산했다.

생닭을 파는 상점에는 손님들 몇 명이 들락이기는 모습이 보였다.

생닭을 사든 한 주민은 "중복에는 직접 삼계탕을 해 먹으려고 한다"며 "아무래도 이번 복날 외식은 조금…"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봉화읍에서 보양식을 파는 가게의 점주는 "농약 관련 뉴스는 봤지만, 주민들이 식당을 많이 찾아주고 있다"며 "큰 걱정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시장 인근 내성천 일원에는 오는 주말 열리는 '봉화은어축제' 준비가 한창인 모습이었다.

내성천 곳곳에는 야외 천막과 부스, 관광객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축제 관계자는 "농약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면서도 "군 위생계 등에서 축제 음식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계획으로, 걱정하실 필요 없이 많이 방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장소로 꼽히는 내성4리 경로당은 여전히 폴리스라인이 쳐 진채 폐쇄돼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경로당 옆 정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한 주민은 "날이 더운데 경로당에 못 들어가 여기 앉아 있다"며 "빨리 범인이 잡혀야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 사람들끼리 신의가 무너질까 봐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경찰이 여기저기 다니는데 아직 범인이 안 잡히니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경찰 57명을 투입해 수사전담팀을 꾸렸지만, 용의자 특정에 시일이 걸리는 모양새다.

경찰은 경로당 인근 폐쇄회로(CC)TV, 블랙박스 등 86개를 분석 중이며 경로당 등에서 확보한 감정물 총 311점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또 사건이 발생한 마을의 주민 등 56명에 대한 면담과 조사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된 증거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15일 초복 날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여성경로당 회원인 60∼80대 5명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경로당에 들른 뒤 살충제 성분에 중독돼 치료받고 있다.

이들 중 3명은 건강 상태가 호전됐으나, 나머지 2명은 여전히 중태다. 앞서 음독 증상을 보인 4명은 종이컵 등에 커피를 담아 마셨으나, 마지막으로 농약 중독 증상을 보이며 입원한 할머니는 커피를 마시지 않은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