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장악한 '슈퍼스타 기업'이 富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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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지배사회“빅테크가 승리했다.”
(9) 디지털시대 더 커지는 빈부 격차
상위 1%, 경제파이 독식
'IT기술 무장' 빅테크 수익 급증
中企·신생기업 점점 설자리 잃어
"혁신과 경제 활성화 저해 우려"
돈 버는 영업비밀, 알고리즘
고도화된 알고리즘 개발땐
추가수익에 드는 비용 '미미'
갈수록 빠르게 생산성 향상
톰 휠러 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난해 브루킹스연구소 기고문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한 해 50억 건의 물류를 처리하고 항공기만 100대가량 운용하는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세계 60억 대 컴퓨터 운영체제(OS)의 70%를 장악했다. 세계 검색 결과의 92%는 구글이 제공한다.유튜브에 매달 11.99달러를 내는 ‘프리미엄’ 가입자는 전 세계 1억 명에 달한다. 구글과 유튜브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웹사이트 1, 2위다. 전 세계 이용자는 평균 한 달에 28시간을 유튜브 시청에 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구글 등 상위 5대 플랫폼은 세계 광고 수입의 46%를 빨아들이고 있다. 과거 이 시장에서 활동하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가운데 상당수는 존재 이유를 잃고 사라졌다.
알고리즘은 효율적이다. 수많은 정보를 연결해 더 빠르게 최적의 상태를 달성한다.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붐이 일었을 때 상상한 것보다 세상은 더 빨리 통합됐다. 오늘 서울에서 유행한 K팝 댄스 챌린지는 하루가 지나기 전에 세계 곳곳에서 반향을 얻는다. 인공지능(AI)은 이런 양상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독점력 강화하는 알고리즘
알고리즘으로 대변되는 IT 기술 발전은 세계적인 ‘슈퍼스타 기업’을 낳고 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은 극도의 네트워크 효과를 추구한다. 유튜브가 사용자 한 사람을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제로(0) 수준이다. 비용을 들이기는커녕 사용자는 플랫폼이 활성화되도록 자발적으로 공짜 콘텐츠를 제작해 기여한다. 유튜브의 한 해 광고 매출은 310억달러(지난해 기준)인데,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한 비용은 2020년부터 4년간 70억달러가량(한 해 평균 17억5000만달러) 정도다. 플랫폼에서 ‘뜨려고’ 크리에이터들이 쓰는 돈과 에너지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알고리즘은 세계 소비 시장도 하나로 통합했다. 한국에서 손쉽게 미국 아마존과 이베이에서 쇼핑을 즐기고, 테무와 쉬인 같은 업체를 이용해 중국에서 ‘직구’를 할 수 있는 것도 고도화된 알고리즘의 결과물이다. 과거 중간 무역상이 하던 일을 대형 플랫폼 기업이 대체한 것이다.
생산의 3요소 중 토지와 노동의 기여도는 급격히 줄고 있다. 데이비드 아우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은 1980년대에는 기업 매출 대비 인건비가 48%에 육박했으나 2010년대 들어서는 27%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슈퍼스타의 거시경제학>을 쓴 안톤 코리넥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는 “디지털 혁신은 독점력을 강화해 경제적 지대를 추구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최상위 기업이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고 중간 규모의 기업은 더 이상 먹을 게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빅테크 규제론도
알고리즘 기반 경제는 한 국가 내에서 슈퍼스타를 키워 국가 내 불평등을 강화한다. 그러나 기술 발전은 세계를 ‘평평하게’ 해 국가 간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도 낸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브란코 밀라노비치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보면 1990년대 들어 세계의 불평등이 줄었고 2000년대 이후 불평등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혁신의 결과 세계인의 생활 수준이 과거보다 확연하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슈퍼스타 기업의 등장은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막기도 한다. 세스 벤젤 채프먼대 교수는 “슈퍼스타 기업의 복잡성과 네트워크 효과는 신생기업의 진입을 막고 혁신과 경제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메타나 유튜브가 사용자경험(UX)의 질보다 광고수입 증가에 몰두하는 것도 신규 경쟁자가 없다는 방증이다. 세계 각국은 반독점법으로 플랫폼을 규제해야 할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전례 없는 기업 형태와 성장 속도에 대응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심하는 중이다. 휠러 전 위원장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행동 규칙이 없다는 이유로 빅테크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게 놔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