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저가 공습에 위기감…구조개혁 나선 e커머스

홍보비 줄이고, 희망퇴직 받고
몸집 키우기보단 '적자 줄이기'
티몬·위메프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쇼핑 플랫폼이 위기를 맞은 데는 최근 치열해진 국내 e커머스 경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가운데 올 들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의 공세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적자에도 거래액을 키워온 티몬, 위메프와 달리 컬리, 11번가, G마켓 등은 구조조정 등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요 e커머스 업체는 외형 확장보다 내실 경영에 초점을 맞췄다. 컬리가 대표적이다. 컬리는 판촉비 등 비용을 절감해 올 1분기 매출 5381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회사 설립 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매각 절차를 밟는 11번가도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 1712억원, 영업손실 1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영업손실(318억원)을 38.7% 줄였다. 전체 사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오픈마켓 부문에서는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누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그룹 e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도 최근 수장을 바꾸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SSG닷컴은 지난달 최훈학 영업본부장이 신임 대표로 부임한 직후 근속 2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G마켓은 중국 e커머스 플랫폼 알리바바의 한국 총괄 출신인 정형권 대표를 선임해 경영 효율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 e커머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경쟁 격화로 외형 확대보다는 생존이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올초부터 ‘초저가’로 무장한 알리, 테무가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국내 e커머스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앱 조사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쿠팡(3129만 명), 알리(837만 명), 테무(823만 명), 11번가(712만 명), G마켓(497만 명) 순이었다. 쿠팡(0.6%), 알리(0.8%), 테무(3.3%) 이용자는 5월보다 늘었고, 11번가와 G마켓은 각각 10.9%, 12.5% 줄었다.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과 와우멤버십 혜택 등 확실한 강점이 있는 쿠팡을 제외하면 나머지 업체는 풍부한 자본과 초저가로 무장한 C커머스에 밀려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