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서울 집값에 결국…막판 무산된 종부세 개편 [2024 세법개정안]
입력
수정
정부와 여당은 당초 전면 폐지까지 논의했던 종합부동산세를 내년까지 현행 과세체계를 유지한 채 장기 개편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 개편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당초 계획을 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종부세 개편 방안이 제외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앞서 지난 22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종부세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선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나 재산세와의 관계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런 부분을 검토하기 위해 올해 세법 개정안엔 종부세 개편은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당초 기재부는 지난 19일 올해 세법 개정안 추진 방향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는 첫 번째 사전 브리핑에선 세 부담 적정화 및 조세제도 효율화의 일환으로 상속세와 함께 종부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사흘 후인 지난 22일 진행된 두 번째 사전 브리핑에선 종부세 개편방안이 제외된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과의 최종 협의 과정에서 종부세 개편방안이 제외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초 종부세는 상속세와 함께 올해 세법 개정안의 핵심 현안으로 꼽혔다.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후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실이 일제히 종부세 제도 개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종부세 개편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운을 띄웠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인 지난 5월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주장했다. 당시 박 원내대표는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밝혔다.그러자 대통령실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5월31일 종부세 폐지를 비롯한 종부세법 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종부세 폐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 힘도 곧바로 종부세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야당 일부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표시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야당의 종부세 개편 요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부세 완화를 시사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당시 이 대표는 종부세에 대해 “신성불가침 의제가 아니다”라며 완화할 뜻을 내비쳤다.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여당과 함께 종부세 개편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해 왔다. 다만 당장 전면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현행 종부세가 부동산 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에 전액 지급되는 상황에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면 수도권 외 지자체가 받는 교부세가 급감하면서 지방재정에 커다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도 여러 차례 종부세 폐지에 따른 지방 세수 문제를 언급했다.이 때문에 전면 폐지보다는 ‘징벌적 과세의 정상화’라는 기조 아래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등 일부 개편이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최고 5.0%)을 기본세율(최고 2.7%)로 낮추는 방안이다. 앞서 정부는 2022년 세법 개정안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를 추진했으나, 여야 논의 과정에서 3주택자 이상 중과세율을 유지하되 최고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졌다.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등 종부세 일부 개편방안이 올해 세법 개정안에 ‘깜짝 제외’된 것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외했다는 최 부총리의 설명만으로는 사흘 만에 대책이 빠진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안팎에선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상승했다는 점이 종부세 개편 대책이 제외된 핵심 원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종부세 개편이 집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통령실과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대책을 백지화했다는 설명이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거래량(21일 기준)은 6939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7000건 돌파가 확실시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7000건을 돌파한 것은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 12월(7745건) 이후 처음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4월 0.13% 오르며 상승 전환한 뒤, 5월 0.20%, 6월 0.56% 오르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대에서 종부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종부세 관련 실수요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불합리한 점에 대한 검토 및 판단뿐 아니라 시장 상황과도 맞물려서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종부세 개편 방안이 제외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앞서 지난 22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종부세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선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나 재산세와의 관계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런 부분을 검토하기 위해 올해 세법 개정안엔 종부세 개편은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당초 기재부는 지난 19일 올해 세법 개정안 추진 방향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는 첫 번째 사전 브리핑에선 세 부담 적정화 및 조세제도 효율화의 일환으로 상속세와 함께 종부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사흘 후인 지난 22일 진행된 두 번째 사전 브리핑에선 종부세 개편방안이 제외된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과의 최종 협의 과정에서 종부세 개편방안이 제외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초 종부세는 상속세와 함께 올해 세법 개정안의 핵심 현안으로 꼽혔다.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후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실이 일제히 종부세 제도 개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종부세 개편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운을 띄웠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인 지난 5월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주장했다. 당시 박 원내대표는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밝혔다.그러자 대통령실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5월31일 종부세 폐지를 비롯한 종부세법 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종부세 폐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 힘도 곧바로 종부세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야당 일부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표시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야당의 종부세 개편 요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부세 완화를 시사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당시 이 대표는 종부세에 대해 “신성불가침 의제가 아니다”라며 완화할 뜻을 내비쳤다.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여당과 함께 종부세 개편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해 왔다. 다만 당장 전면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현행 종부세가 부동산 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에 전액 지급되는 상황에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면 수도권 외 지자체가 받는 교부세가 급감하면서 지방재정에 커다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도 여러 차례 종부세 폐지에 따른 지방 세수 문제를 언급했다.이 때문에 전면 폐지보다는 ‘징벌적 과세의 정상화’라는 기조 아래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등 일부 개편이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최고 5.0%)을 기본세율(최고 2.7%)로 낮추는 방안이다. 앞서 정부는 2022년 세법 개정안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를 추진했으나, 여야 논의 과정에서 3주택자 이상 중과세율을 유지하되 최고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졌다.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등 종부세 일부 개편방안이 올해 세법 개정안에 ‘깜짝 제외’된 것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외했다는 최 부총리의 설명만으로는 사흘 만에 대책이 빠진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안팎에선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상승했다는 점이 종부세 개편 대책이 제외된 핵심 원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종부세 개편이 집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통령실과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대책을 백지화했다는 설명이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거래량(21일 기준)은 6939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7000건 돌파가 확실시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7000건을 돌파한 것은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 12월(7745건) 이후 처음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4월 0.13% 오르며 상승 전환한 뒤, 5월 0.20%, 6월 0.56% 오르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대에서 종부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종부세 관련 실수요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불합리한 점에 대한 검토 및 판단뿐 아니라 시장 상황과도 맞물려서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